[2001년] 카투만두 밸리는 히말라야 트랙킹의 워밍업 코스 [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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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용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802회 작성일 22-06-09 21:34본문
네팔에 머무는 한국인들과 동행,금정 스님을 만나다
3월25일(카투만두 도착 2일째)
아침에 자고 있는데 이석우씨가 깨우러 왔다. 카투만두에 도착하던 날, 감격에 겨워 술이 과했고 잠까지 설쳤지만 몸이 무겁지는 않았다. 들뜬 마음 때문인가?
이석우씨는 “저 멀리 설산이 보이니” 어서 나와 보라고 재촉한다. 카투만두는 평소에 매연이 너무 심해 산이 잘 안보이는데, “오늘은 유난히 날씨가 청명한 편”이란다.
과연,설산의 신비한 모습이 눈앞에 다가왔다. 어제 달빛에 어린듯한 설산과는 다른 장엄한 모습이다.
이석우씨 말에 의하면, 카투만두에서는 밤에 히밀라야의 설산을 볼수 없는편 이라고 한다. 그의 말이 정확하리라. 그렇다면 꿈을 꾼 것인가, 아니면 술기운에 환상을 본것인가. 그리운 마음에 설산이 실체가 되어 다가온 것인가. 그는 매주 일요일 정규적으로 산행을 떠난다고 하며 이번에는 필자를 위해 비교적 가까운 카투만두 밸리로 갈 준비를 해놓았다고 전한다.
본격적인 히말라야 트래킹에 앞서 워밍업이 필요했다. 더욱이 카투만두 밸리에 들어서면 우거진 수목에서 저멀리 하얗게 빛나는 히말라야를 볼수 있는 곳이라니 마음이 설레왔다. 카투만두 밸리는 네팔의 초행자들에게는 필수코스라고 한다. 시드니를 처음 방문한 관광객들이 블루 마운틴에 오르듯이.
이번 산행은 카투만두에 머물고 있는 여러 한국인들이 동행 한다고 전한다. 포교 활동중인 금정스님,소설가 김홍성씨와 최성각씨, 또 마침 서울에서 오신 경북대 의대 정제명 박사, 그리고 풀씨사랑회 정회장.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이들이 필자를 환영하기 위해 산행 일정을 미리 맞춰놓았다고 한다. 또 한번 감격 할수밖에.
산행 출발지점까지는 택시를 이용 했다. 말이 택시이지 굴러가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낡고 소음이 심했다. 네팔은 영국 영향을 받아 호주와 마찬가지로 좌측통행이다.
보리밭 사이로 밭두렁을 거닐며 오르는 산행이 마치 10여년전 한국에서의 산행과 똑같다는 느낌이 든다. 푸른 보리밭이 고귀하게 빛나 보인다. 한국 에서도 겨울 보리밭을 보면, 배가 고팠던 시절이 눈앞에 떠오르는데 네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왜, 보리밭은 가난이란 향수 를 불러 일으킬까? 체험이란 이처럼 집요하게 평생을 지배하는 것일까?
산정에 오르니 조그마한 민가 가 나타난다. 한국의 산에서도 그랬다. 한 고개 넘으면 숨어있던 사찰이나 암자가 등산객을 반기었다. 민가 뒷마당에 자리를 펴고 가지고 온 점심식사틀 펼치는데 마치 도봉산에 올라와 있는듯 주변 풍경이 전혀 생소 하지 않았다.
이렇게 좋은 풍광을 끼고 앉자니 술 생각이 절로 난다. 또한 오랜만에 보는 산사람들이 옆에 있으니 어찌 한잔하지 않을수 있겠는가? 그저,이런 저런 모든 경우가 술을 찾는 핑계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소설가 김홍성씨가 넉살 좋게 오두막집으로 들어가 흥정을 붙인다. 잠시 후,술한병을 들고 나오는 김홍성씨가 나를 보고 웃는다. 입에 착 달라붙는 락시 (lassi) 였다.
네팔에서 돌아온 후에도 락시 를 생각하면 군침이 돈다. 다시 히말라야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술 때문인지 산친구들 때문인지, 아니면, 산 그 자체인지. 이 모든것이 다 그리을 땐 다시 산을 찾아 길을 떠나야 하겠지.
산이란 그래서 좋다. 언제 찾아가도 반가운 친구가 되어 맞아 주는곳. 왜 이제 왔느냐고 꾸중하지도 않는다. 다가오는 사람을 받아 담담히 들이고 떠나가는 사람을 배웅하듯 말없이 뒤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산.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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