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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산행 조정하며 고소 적응 [1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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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용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345회 작성일 22-06-09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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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겹치는 설악 이미지... 네팔인의 고단한 삶에 연민

 

3월30일(트래킹 둘째날 1) 

 

고지대로 올라온 탓에 모기가 없어 편안한 잠을 자는가 싶었지만 밤이 깊어지면서 고지대 마을의 온갖 개들이 짖어대기 시작하는 바람에 새벽 3시에 잠이 깼다.

 

이 곳 티베탄 롯지는 목조로된 건물로 2층은 객실이며 아랫층은 식당과 메인훌  그리고 화장실은 밖에 따로 마련돼있다. 한밤중 잠이 깨어 화장실에 가려고 계단을 내려서는데, 삐걱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바로 위에 새로 지은 호텔이 문을 열고 있었는데 오래된 이 롯지에 든것이 후회가 됐다. 이제부터 숙소는 직접 결정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바훈단다’에서 급경사 길을 내려오며 바라보는 경치는 일품 이었다. 마르상디강 협곡과 멀리 보이는 설산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 ‘바훈단다’에서 2시간쯤 걷자 구릉족이 산다는 ‘카니가움’이라는 경치 좋은 마을이 나온다.

찻집에 앉아 건너편으로 보이는 폭포가 낯설지 않다는 생각 이 문득 들었다. 저 설악의 대승폭포와 어쩜 그리도 똑 닮았 는지. 사진촬영을 하면서 설악 을 오르내리던 옛날을 떠올렸다.

 

여기까지 오면서 경치가 좋은 곳은 물론 그렇지 않은 곳곳에 찻집이 문을 열고 있는것을 보니 이곳 히말라야 오지 마을 사람들도 돈버는 일에 적극 나서고 있음을 실감했다. 하지만 거친 비탈에 집을 짓고 손바닥 만한 땅을 일구며 사는 이들의 고단한 삶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연민을 느끼게 한다.

 

어제부터 무거운 함석을 지고 우리 일행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길을 같이 가는 두명의 포터가 쉬고 있는 내 앞을 지나간다. 어디까지 저것을 지고 올라가는 것일까? 어느 목 좋은곳에 누군가 찻집이나 상점을 만드는 것이려니…

 

‘까니가응’(1180m)에서 ‘자갓’(1250m)까지는 크고 작은 폭포가 수시로 눈에띄는 지루하지 않은 산행길이다. ‘자갓’에서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장부씨와 오늘 일정을 변경 하기로 했다 . 애초 계획은 ‘참제’에서 하릇밤을 지내기로 했지만 두 시간을 더 걸어 ‘딸 에서 숙박을 하기로 했다. 해발 2000m 이하에서 시간을 보내는것 보다는 그 이상에서 속도조절과 고소적웅을 하는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

 

장부씨에게 의논하니 좋다고 했다. 산행에 대해 어느 정도 기본지식을 갖고 있음을 알았는지 산행계획은 나에게 일임했다. 내일 계획도 ‘6시 기상,7시 까지 아침식사 완료 및 출발, 12시 점심,가능하면 오후 4시까지 산행 완료, 5시30분 저녁식사 … ’ 이런 계획을 말하자 장부씨는 “Good”이라며 빙그레 웃는다.

 

셀파 장부. 그는 볼수록 끌리는 타입이다. 수수한 인상, 나이 답지 않게 맑은 눈이 특히 그렇다. 어젯밤 티베탄 롯지에 있을때 벽에 걸린 ‘눕체히말’ (7879m)의 멋진 사진을 보더니 몇년전 아일랜드 원정대와 함께 등정에 나서 사망사고까지 발생하는 악전고투 끝에 셀파인 자기와 두명의 대원이 마침내 등정에 성공했다고 남의 이야기 하듯 덤덤하게 말했다.

 

에베레스트는 8차례 원정을가 그중 한국원정대와  등정 성공으로 한국에 초청받아 서울 진주 부산 그리고 지리산 등반 등 재미 있는 여행을 했다며 웃는다.

그는 산 이외에는 다른 것에 관심이 없는것 같다. 남들은 원정대 셀파 생활 10년이면 집을 여러채 장만하고 살림도 그야말로 ‘빵빵’하게 마련한다는데 그는 아직 자기집도 없다. 3개월 전에 이석우씨가 호주화 1만불 정도의 네팔에서는 엄청난 거금을 장부씨에게 주어 카투만두에 국수집을 차리게 했는 데…,

 

불과 두 달 만에 거덜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이석우씨와 한참 웃던 생각이 났다. 내가 보기에도 장부씨는 그런 일이 무리일듯 싶다. 사업할 타입이 아니다. 원정대셀파도 젊을 때지 나이 40이면 은퇴해야 하 는데, 벌어놓은게 없어 늦도록 고생이다.

‘참제’까지 가는길은 꼭 내설악을 오르는 기분이다. 깊은 계곡 사이로 폭포가 보이는데 한국 같으면 그에 맞는 멋진 이름 하나쯤은 있을 법한 경치이다. ‘참제’에 도착하자 롯지와 호텔이 여럿 보였다. 식당도 있었으나 비시즌이라 조용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웠다.

 

계획대로 10분을 쉬고 '딸’ (Tai)을 향해 마르상디강을 끼고 또다시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했다. 하여간 산속의 날씨는 심술궂은 마귀할멈의 마법가마솥 끓는 것처럼 변죽이 심해 불과 몇십분후를 예측하기 어 렵다. 갑자기 먹구름이 하늘을 가린것이다. 산 날씨가 하도 변덕스러워 ‘산’ 노래 중 이런 가사가 생겼는지 모른다. 

 

'산사나이여, 믿지를 마라, 아가씨 마음을, 아가씨 마음은 산 날씨와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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