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malayas

[2001년] 저 멀리 마니슬루를 바라보며 [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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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용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262회 작성일 22-06-0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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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가나 관광지 개발 붐,곳곳의 산사태 흔적 '아찔’

 

3월지일(트래킹 셋째날)

 

아침 6시, 토롱펫 호델을 출발해 약 10분쯤 급경사 길을 오르니 저 멀리 설산 끝자락이 아침햇살을 받아 환하게 나타난다. 어제밤에 락씨를 두병이나 비운 탓인지 몸이 영 무겁기만 하다. 산행중에는 좀 절제해야 한다고 다짐을 했건만 한 번 마시기 시작하면 제동이 걸리지 않으니 술을 가까이 하지 않으려 해도 술이 나를 너무 좋아해서 탈이다. 끌끌…

사따레(&ttale)에서 딸(Tai)까지는  한시간 거리 이다 .  딸 (1675m)은 마르상디 강가에 위치한 조용한 마을로 여기에는 마나슬루가 정면으로 보인다. 아,마나슬루.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설렌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 봉우리이던가. 해발 7879m 의 마나슬루는 한국 초기 원정대의 한이 서려 있는 산이다. 산 사람이 아니더라도 ‘히말라야’ 하면 경외와 동경의 대상일진대  하물며 산 물을 조금이라도 먹은 사람들에게 있어 히말라야는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마음의 고향이 아니던가.

 

Check Post에서 입산신고를 한뒤 요며칠 사이 한국인들이 지나갔는지를 알아보니 한명도 없다는 대답이었다. 찌야 한잔을 마시며 휴식을 취한다. 이 곳에는 식당과 가게, 호텔들이 많다 .  ' 딸' 에서   다라  빠니 (Dharapani, 2160m)까지 오르는 길은 중간중간 산 사태가 나 있었다. 비가 오는 날이나 눈이 오면 위험하다고 한다. 

 

다라빠니 마을에도 새로 지은 집들이 많아 보인다. 트래킹 루트를 따라 개발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다시 발길을 재촉해 점심식사를  하기로  예정된  바가르잡 (Bagarchhap, 2160m)으로 향했다. 1시간 정도를 걸어 고개에 올라서니 마을입구에 하나의 추념비가 서있다. 지난 95년 산사태로 죽은 캐나다인 3명을 추모하는 탑이다. 장부씨의 말로는 그 해 산사태로 이 마을 여섯가구가 무너져내린 흙더미에 휩쓸려 많은 사망자가 발생 했다는 것이다. 우기에는 안전한 숙소를 선택해야 한다는걸 새삼 느낀다.

 

바가르잡 롯지에서 점심으로 육개장과 락씨를 먹었다. 이 곳 주인도 어김없이 나를 다른 시 각으로 보는것 같았다. 사실 산행 첫날부터 만나는 롯지주인들로부터 그런 시선을 받았던 것이다. 셀파에 전용쿡 포터까지 3명을 거느리고(?) 산행을 하는 나를 이 들은 ‘돈 많은 일본인 관광객’ 정도로 생각한듯 했다. 특히 식판에 밥그릇과 국그롯이 따로 있고 식사를 끝내면 쿡이 알아서 디저트까지 갖다 바치며 게다가 식사 도중 쿡이 수시로 “필요한 것이 없느냐?”고 묻는 것을 그들이 보았으니 아마 내 주머니에 '찐(?)이 좀 있을 것 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니 내가 잠시라도 들르면 바가지를 씌우려고 안달을 한다. 가격을 놓고 주인과 실랑이를 하는건 참 피곤한 일이다. 하긴 매 끼니를 우아하게 한식으로 차려 먹으니… 카투만두를 떠날때 이석우씨 부인이 “황제 트래킹을 하는셈”이라고 한 말이 다시금 실감난다.

어제, 느닷없는 소나기를 만나기 직전처럼 날씨가 갑자기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 곳부터는 기온마저 뚝 떨어져 을씨년 스럽게 춥다. 일단 스웨터를 꺼내 입어야 할 것 같다.

 

 

점심을 마친 뒤 오후 1시에 출발했다. 계획된 일정보다 약간 앞서가 있다. 스피드를 줄여 가면서 고산에 적응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오늘 숙박지는 2시간 정도 더 올라 만나게 되는 라뜨마낭 (Lattlmanang, 2360m)으로 정했다. 

출발하여 조금 더 오르자 또 비가 내린다. 우기도 아닌데, 이거 너무 한다 싶었다. 레인쟈켓을 꺼내 입고 가는데 길가에 초르텐(불탑)이 보인다. 산행을 시작해서는 처음 보는 불탑이지만 낯설지 않았다. 아마 사진을 통해 너무 많이 보아왔기 때문일 터이다. 산 아래는 힌두교도들이 많고 산 위에는 티베트인들이 많이 살기 때문에 이런 불팁이 많이 있다는게 장부씨의 설명이다. 티베트인들은 거의가 라마불교 신자이다.

 

한 시간쯤 더 가자 조그만 다리가 하나 나오는데 이미 끊겨 있었고 다리 입구에 엉성한 나무판에 ‘통행금지’ 표시를 해두었다. 다리를 건널수 없어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한참이나 내려 갔다가 다시 오르려니 짜증이 났다. ‘다리가 끊어졌으면 서둘러 보수를  해야지 한 사람당 입산료를 2000루피씩 이나 받으면서 이렇게 관리가 소홀한 건지… 이 나라 행정도 참 알만하다고 투덜거리는것 으로 짜증을 달랬다.

 

끊어진 다리 건너편까지 힘겹게 내려갔다가 올라오자 전면으로 산사태가 크게 난 흔적이 보였고 바로 옆으로 초라한 모습의 티베트인 주막집 두개가 서 있었다. ‘에구, 간도 크지. 언제 또 산사태가 날지 모르는데…’ 

 

사고에 무감각한 건지(한국도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불심이 지극해 모든걸 부처님께 맡긴 것인지  아무튼 보는 내가 더 조마조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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