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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마운틴 뷰" 에서의 하룻밤 [1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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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용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316회 작성일 22-06-09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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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만에 세수하고 발 씻고… 졸지에 ‘무의촌’, 의료봉사

 

3월31일(트래킹 셋 째날 2》

 

특히 이근처는 종종 산사태가 일어나는 곳이라고 한다. 산 사태의 흔적을 보니 정말 장난이 아니다. 산 하나가 완전히 무너져 내린곳도 있다. 그런 흔적을 지나면 또 하나의 흔적이 나온다. 바로 며칠전 무너져 내린 것 같은 흔적도 보였다. 그 곳을 지나는 내 발걸음도 자연히 종종걸음일 수밖에. 그러면서 온몸의 신경줄을 최대한 팽팽하게 긴장시킨다. 바로 옆으로는 수십길 낭떠러지이기 때문이었다. 

 

얼마전 '까낙마니딕치트’라는 네팔의 유명 작가가 이곳을 혼자서 여행하다가 벼랑에서 미끄러져 조난을 당했다. 벼랑은 수십길 낭떠러지였으며, 그 아래로는 마르상디강의 급류가 흐르고 있었지만 천만다행으로 벼랑 아래로 추락하는 도중 중간의 작은 나무에 걸려 좁은 테라스처럼 생긴곳에 떨어졌고, 3박4일 동안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한채 벼랑에 매달려 있다가 지나가던 행인에 의해 가까스로 구조되었다. 이 사건으로 네팔 의 전 매스컴이 떠들썩 했다는 것이다.

 

라뜨마낭(2360m)에 도착한 시간이 3시20분. 마을 입구에 초르텐이 보이자 셀파 장부씨는 불경을 외우며 옆을 지나갔다. 아직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마운틴뷰’라는 호텔에 숙박료를 물어보니 이상하게 전날 묶었던 곳보다 쌌다. 워낙 손님이 없어서 그런지 아니면 그 ‘번지없는 주막’의 할머니에게 바가지 를 썼던 것인지,아무튼 60루피 (M1.80)니까 절반 가격이다.

하긴 네팔에서, 특히 이런 비수기의 히말라야에서 호텔비등 으로 신경 쓰면 머리 아프다. 다른곳도 마찬가지지만,그때 그때 최선(?)을 다해 가격 흥정을 하면 된다.

 

오늘밤 숙소는 ‘마운틴뷰’ 로 정하고 주인 아주머니에게 몇가지 물어보니 주인은 웃기만 한다. 롯지운영에 관한 모든것은 그의 젊은 아들과 딸이 하는 것 같다. 큰아들은 ‘슈레이’(25)라고 하는데, 가죽점퍼에 목걸이와 팔지등을 주렁주렁 달고는 껄렁 대는 모습이 헛바람 든 건달처럼 보였다. 그런데 막상 부딪혀 보면 시원시원 하고 요리도 직접 한다.

 

그와 달리 딸은 표정이 어둡고   화가난 모습이다. “화 나는 일이 있느냐?”고 묻자, “그런게 아니고 왼쪽 귀가 너무 아파서…”라고 말한다. 그녀의 귓속 을 보니 화농이 흐른다. 아파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일단 내가 가지고 있는 약으로 치료를 해보자고 하자 표정이 밝아진다. 먼저 짐을 풀고 사워실로 들어가니 캄캄한 굴속 같다. 뜨거운 물은 부엌에서 한바가지 들고 가야 한다. 물론 온수 사용료는 ‘별도 Charge’다.

너무 캄캄하여: 문을 열어놓자 찬바람이 들어와 씻기도 전에 동태가 될것만 같다. 어했든 이틀만에 세수를 하고 발도 씻고 보니 비록 사워는 못했지만 시원한 느낌이다.

 

방에 들어가 약 상자를 가지고 홀로 내려오자 주인집 딸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해줄수 있는것은 귓속을 소독 한뒤 마이신 연고롤 바르고, 먹는 항생제 이틀분을 주었다. 그 와중에 다른 또 한 명의 아가씨 가 와 자기도 치료를 해달라고 하는데, 손가락을 칼에 깊게 벤 상처였다. 무슨 약초를 발랐는지 몰라도 상처부위가 검게 변해 있었고 몹시 지저분했다. 이 아가씨 상처에도 소독을 하고 연고를 바른 다음 반창고로 잘 싸맨 다음 물이 닿지 않도록 하라고 하니 매우 좋아했다.

 

의사도 약사도 아닌 내가 이런 오지에서 약 하나 없어 고생 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수 있다는게 너무 기분이 좋았다. 암튼 이쯤되자 롯지측의 대우가 순식간에 달라 졌다.

부엌 화덕옆에 있는 따듯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내가 치료해준 이 집 딸은 18살의 ‘양제’이고 6남매의 막내인데 무뚝뚝한게 선머슴 같다. 그런데 옆집의 서너살쯤 된 아이들이 놀러 오자 라면밥을 해 가지고 일일이 먹여 주는게 보기보다 꽤 자상한것 같다.

 

따뜻한 화덕 옆에서 '양제’와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놀면서 락씨도 반병이나 마셨다. 알고보니 손가락을 다친 아가씨가 ‘양제’의 언니인 ‘미마’(23)인데 ‘내년에 한국으로 가 돈을 벌고자 한다’며 나한테 도움을 청했다. 자기 주변의 아는 사람들이 한국으로 돈을 벌러 갔다 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국에 살지 않기 때문에 도움을 줄 수가 없고, 또 한국으로 돈을 벌기위해 가는 것을 말리고 싶다”고 말해 주었지만 시골의 젊은이들이 도시로 해외로 떠나는건 어쩔수없는 대세인것 같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홀에 나오자 이스라엘에서 왔다는 ‘리도’라는 청년이 혼자 추위에 움크린채 책을 보고 있었다. 

내가 따듯한 부엌 화로를 가리키며 이쪽으로 오라 하니 얼른 자리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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