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malayas

[2001년] 황량한 벌판, 바라땅에서 하룻밤 [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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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용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389회 작성일 22-06-09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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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슬비 속에서 화덕 불피우고 마시는 ‘락씨’ 일품

 

4월1일(트래킹 넷 째날 ) 

 

한자로 정성스럽게 써 놓은 ‘山莊’은 이 곳 현지인이 운영 하는 곳이었다. 부부의 이름 앞 글자를 하나씩 따 붙인 발음이 일본어 ‘산장’과 비슷해서 그런 간판을 달았다고 

하지만 일본트레커들에게 관심 끌려고 하는게 분명해 보였다.

이 곳 산장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락씨를 주문했더니 장부씨가 한마디 거들었다. 이 곳의 락씨는 쌀로 빚었기 때문에 앗이 좋을 거라고한다. 

점심때만 아니었다면 몇잔 더 마시고 싶었지만 오후의 산행을 생각해 한잔으로 족해야 했다.

 

이 곳 .‘차메’ 마을은 대부분의 트래커들이 고소적응을 위해 하룻밤 머무는 곳이다. 우리는 여기서 한시간반 정도 더올라 '바라땅’에서 묶기로하고 상황을 보아 거기에서 ‘훈데’까지 치고 올라가기로 잠정 결정했다. 산행에 조절을 해서 인지 아직까지는 몸상태가 괜찮은 편이었다.

'차메’에는 작은 온천이 하나 있다. 물이 좋다고 하길래 장부씨와 함께 점심을 마친뒤 ‘산장’ 뒤에 있는 온천을 찾아갔다. 물이 나오는 곳을 시멘트로 막아 놓았는데, 네팔사람들이 빨래도 하고 몇몇의 여자들은 사리만 걸친채 탕 안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비좁기도 하거니와 여자들만 있는곳이라 민망하기도해 아쉬움을 남기고는 발길을 돌렸다.

 

‘차메’에서는 ‘람중히말’ (6900m) 봉우리가 코 앞에 보인다. 셀파 장부씨가 슬그머니 남의 이야기 하듯 1980년 일본 원정대원 1명과 함께 단둘이 등정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의 무용담은 언제 끝나려는지 끝이 없다.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다. 산(山)사람들에게 있어 유명 봉우리 등정이야말로 가장 신나고 짜릿하며 경외스런 무용담이 아니던가.

 

‘차메’를 떠나 약 40분쯤 오르자 전망이 탁 트이면서 앞으로 멋진 경치가 펼쳐진다. 지금까지 지나왔던 산행길과는 달리 고원지대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위로는 설산이 아래로는 초원이 펼쳐져 있고 침엽수가 빼곡이 들어찬것이 꼭 알프스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주었다. 트래킹을 잠시 쉬고 이곳에서 며칠 묶었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다.

 

휴식을 끝내고 산행을 시작한지 10분 정도 되었을 무렵 하산중인 10여명의 영국 단체 트래킹팀을 만났다. 장부씨가 나서 가이드에게 위쪽 상황을 묻자 ‘마낭’ 위로 눈이 너무 내려 자기팀도 하산중이라는 것이었다. 들리는 소리가 심상치 않다. 마흠이 무겁기만 하다. 조금 더 오르자 또 산사태 지역이 나왔다. 이 곳 역시 등산로가 쓸려내려 한참을 돌아서 가야 했다. 산허리가 완전히 쓸려 내린곳도 있었다. 거기에 조그맣게 등산로가 나 있었는데 여간 미끄러운게 아니었다. 사람도 걷기 힘든 그런길을 무거운 짐을 등에 실은 조랑말은 잘도 걷는다.

 

얼마 전 시드니에서 개봉됐던 ‘히말라야’란 영화가 생각난다. 호주의 유명한 트래킹 전문 여행사인 ^Pelegreen Expedition’ 이라는 곳에서 시사회 초대장을 보내와 아내와 함께 Oxford St, 에 있는 영화관에서 보았었다. 히말라야에 사는 티벳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이 중 짐을 운반하는 야크들이 급경사의 등산로 에서 미끄러져 까마득한 아래 강물로 떨어지는 장면이 떠올랐다.

 

‘차메’를 떠난지  2시간만에 ‘바라땅’에 도착했다. 이마을은 벌판에 롯지 두개만이 덩그렇게 놓여 있는 곳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황량하기 그지없다. 어디선가 양허리에 권총을 찬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시거를 물고 불쑥 나타날 분위기다.

 

여기에는 자가발전도 없고 따뜻한 물도 없다. 바로 두시간 거리의 ‘차메’에 시설 좋은 호텔이 즐비하다 보니(시설이 좋다고 해야 거기서 거기지만) 누가 여기에 묵으려 할까. 우리는 몸상태가 좋을때 조금 더 올라 고소적응을 하려 했던만큼 시설은 형편없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숙박료도 ‘차메’의 호텔들보다 반값(50루피, AS1.50)인데다 화덕이 있는 창고를 우리가 마음대로 쓸수 있었다. 탤감인 나무값으로 100루피(A$3.00)를 주기로 하고 불부터 지폈다. 밖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기온이 뚝 떨어져 추워졌지만 안에는 따뜻한 불이있어 좋았다. 포터인 빠듬에게 화로 위에 뜨거운물 한동이를 만들라고 부탁해 놓고는 잠시후 그 물로 세수하고 발 씻고 양말까지 빨았다.

 

역시 장부씨는 눈치도 빠르다. 내가 간단하게 세면을 하고 화덕으로 나오자 마자 “여기 락씨는 사과로 만드는데 아주 맛이 좋다”고 한다. 반가운 소리(?)만 골라 한다. 게다가 안주로 ‘야크’ (히말라야의 들소) 고기가 어떠냐고 덧붙였다. 먹어 보지 않았지만 두말 하면 잔소리. 사과로 만든 락씨 한병을 시키고 미역국에 야크고기까지 푸짐한 저녁상을 받고 보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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