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손에 잡힐 듯 다가온 안나푸르나 [1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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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용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182회 작성일 22-06-09 22:47본문
평원 끝 햇볕에 반사되는 설벽은 ‘1 백만불짜리 View
4월2일(트래킹 다섯째날 2)
이 마을에서 며칠 쉬어가고 싶은 유혹이 든다. 번잡한 다른 마을보다 아직은 주민들이 순박 하다.
하지만 롯지나 호텔이 들어서고 조금 지나면 여기 주민들도 관광객들에게 묻혀온 세속의 바람을 피할수는 없을것이다.
'포카리’는 네팔어로 호수를 뜻한다고 하니 ‘두쿠레 호수’ 라는
마을 이름도 이쁘기만 하다. ‘피상’(3190m)에 거의 도착하자 왼쪽으로는 ‘안나푸르나’ (7937m)가 손에 잡힐듯 눈앞에 펼쳐지고 쾌청한 날씨에 햇볓을 받아 반짝이는 설벽이 정말 장관이다.
저 응장한 자태가 우리 일행을 환영는것 같아 숨이 막힌다, 무슨말로 이 광경을 표현 할수있을 것인가. 그저 바라보고 신음소리만 낼 뿐이다. 오늘은 날씨가 정말 좋다. 행운이다. 어제 같은 날씨라면 이런 장관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피상’에 도착한뒤 짐을 풀기가 번거로워 점심은 찌야 한잔과 비스켓으로 해결하고 오늘 숙박예정인 ‘훈데’에 도착하면 조금 일찍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피 상’에 도착하자 무릎에 이상이 왔다. 지난 5일동안 잘 버티긴 했지만 아직도 먼길을 생각하자 은근히 걱정이 된다. 무리하지 말아야지… 응급처치로 물파스를 바르자 그런대로 시원하기는 했다.
그래도 시드니에서 매주 쉬지 않고 골프도치고 수영도 한게 많은 도움이 됐다. 골프는 최소 6Km 이상을 걷게 되므로 나이 든 사람에게는 좋은 운동이다.
낮에는 기온이 올라가 조금 덥다. 그러나 산모퉁이의 그늘 진곳에는 어제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고 있다. 한동안 이어지던 평지를 지나 언덕에 올라서자 그림엽서에 나올 듯한 또하나의 멋진 경치가 펼쳐진다. 저 멀리 평원이 이어지고, 그 끝으로 ‘훈데’마을이 보이는 이 곳 View Point 는 응장한 히말라야의 파노라마가 펼쳐 지는 백만불짜리 경관이다.
이 목 좋은곳에서 안경을 쓴 네팔 아가씨가 차를 팔고있다. 찌야 한잔을 마시며 기념촬영을 하는데, 동양인 여성 한 명과 서양인 1명이 지나간다. 트래킹 5일째를 맞으며 동양인 은 처음 만나는 셈이다.
언덕을 내려와 평원을 가로질러 ‘훈데’로 간다. 이 멋진 히말라야 풍경을 보고 있자니 10 여년전 한국을 떠나기에 앞서 적설기 내설악 송별등반을 함께 해준 악우들이 떠오른다. 함께 이곳에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특히 작고한 조원세 후배가 생각난다.
유난히 나를 따르던 후배는 훗날 히말라야 트레킹을 꼭 같이가자고 약속했었는데..
‘훈데’(3325m)는 그리 크지않은 마을이지만 트래킹 출발지인 베시사하르와 정상인 토롱라 사이에 유일하게 비행장이 있는곳이다. 비시즌이어서 ‘훈데’는 조용했지만 그래도 깨끗한 롯지 는 이미 들어온 서양인 단체 트래커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제는 요령이 생겨서 깨끗한 롯지보다는 허름한 집이 편하고 특히 화덕을 차지할 수 있어 좋았다. 그런 롯지를 찾다보니 '안나푸르나'라는 호텔이 제격이었다. 짐을 풀고 홀로 내려와 화덕 옆에 자리를 잡고 저녁식사를 겸해 락씨를 한잔 마시고 있는데 마을청년 6명이 들어와 화덕 옆으로 빙둘러 앉아 락씨를 주문한다.
이 호텔도 주인의 젊은 아들 과 마야라는 딸(22)이 도말아 운영하는데 마야는 외모에 꽤 신경을 쓰는것 같았다. 하얀 색깔의 사리를 입고 손톱에는 빨간 매니큐어를 칠했는데 그런 현지여자는 이번 트래킹 도중 마야가 처음이었다.
알고 보니 이 집은 동네 주막 이었다. 그러니 마을 청년들이 모여들 수밖에 방으로 가보았자 춥기만하고 침낭안에서 달리 할일도 없던 차에 그냥 화덕 옆에 앉아 있자 동네 청년들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들중 이름이 ‘밍마’ (27)라는 젊은이가 있었는데 클라이밍 셀파로
지금 영국팀과 훈데 근처의 암벽을 정찰중이라고 했다. 그는 내게 락씨를 좋아하냐고 물었고 내가 “참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이자 락씨를 한병 주문하더니 내 잔에 가득 따라 주었다. 이 친구는 내가 마실 때다 잔을 채워 주었는데 이러다 내일 곤욕을 치르는건 아닌지… 하는 걱정도 되고 그의 선의가 고마워 나도 술한병을 사주고 싶었지만 그러다 보면 판이 길어질 것 같아 참았다.
이들이 나가자 이번에는 다른 청년 3명이 들어왔다. 이중 한명은 가죽점퍼에 선글라스를 머리에 얹고 기타를 들고 있었다. 그는 홀 구석에 앉아 위스키를 주문하고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는데 정말 잘 부른다.
팝송도 부르고 또 마낭족 언어의 노래를 불렀는데 멜로디가 조금 구성진게 전혀 낯설지 않았다. 마치 우리네 대중가요와 창을 섞어놓은 것 같았다. 완전 라이브 뮤직에 술맛이 절로 난다. 밤도 깊어지는데 일어 나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내일을 위해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2층 방으로 올라왔다.
아랫층에서 계속 이어지는 노랫소리에 잠들기는 틀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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