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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4천 미터 고지, 고산증 시작 [2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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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용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991회 작성일 22-06-0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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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보며 먼저 간 산 동지 위해 묵념…

 

4월5일(트래킹 여섯째날 1)

 

마낭에서의 둘째날 아침. 날 이 밝자 가장 먼저 햇살이 ‘안나푸르나’와 ‘강가푸르나’ 정상을 비추며 점차 그 응장한 모습 

이 햇살 아래 화려하게 등장했다. 아, 히밀라야… 어느 누가 히말라야의 참모습을 보았다 하는가.

 

히말라야는 볼 때마다 다르게 느껴진다. 여명의 시간이면 히말라야는 수줍은 새색시처럼 그 자태를 살짝 내보였고, 아침 햇살이 본격적으로 비추면 태고 적부터 그 자리에 우뚝 서왔던 장부의 응장한 기개를 과시했다. 또 석양을 받으면 히말라야는 환상적인 자태로 자신을 보 러 멀리서 온 이들을 감탄시켰다.

 

오늘은 저산들과 이별을 하는날이다. 마낭을 떠나 ‘군상’ (Gun Sang, 3930m)으로 르는데 서양인 트래커 한명이 조랑말을 타고 내려온다. 등산로에서 미끄러져 다리가 부러진 모양이다. 다리에 부목을 대고 말에 올라 ‘훈데’까지 간 다음 경비행기를 이용,카투만두로 돌아간다고 한다. 고통에 찬 그모습이 너무 안타깝다. 일행을 남기고 혼자서 돌아가야 하는 그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나도 조심해야지…

 

마낭을 떠난 지 1시간40분만에 ‘군상’에 있는 마르상디 롯지에 도착했다. 최근에 새로 지은 이호텔에 들어서면 메인 훌벽에 ‘수니따’라는 이 집주인 아가씨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와 하버 브릿지 앞에서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호주에 거주하는 스폰서가 여행을 시켜주었고 이 호텔도 그 스폰서가 돈을 대 지었다고 했다. 호텔이 깨끗하고 주변 경치도 아주 좋아 

‘출리웨스트’ 봉우리가 바로 앞에서 보였다. 내가 호주에서 왔다고 하자 무척이나 반가워 했다. 앞으로 호주에서 온 트래커들에게는 최선의 서비스를 해 주겠단다.

 

‘군상’을 지나자 우리를 앞지르는 팀들이 여럿 보였다. ‘야카르카’에는 숙소가 많지만 우리는 그 곳에서 더 올라가 ‘렛 다’(Letdar, 4250m)에서 묵기로 했다. 숙소가 문제가 될것같아 먼저 장부씨를 올려보내 숙소를 예약하도록 했다. ‘야카르카’ (Yakkarka, 4090m)에 도착해 비스켓으로 간식을 먹으며 차를 마셨다. 이제는 ‘안나푸르나’와 이별할 시간이 다가온다. 언제 또 이곳에 올수 있을까. 3일간 눈이 시리도록 보고 또본 만년설의 ‘안나푸르나’를 마음속깊이 각인시킨다.

 

아, 그러니 이별주라도 한잔 해야 하는것 아닌가. 밀크차에 위스키를 조금 타 마시며, 하염없이 그 응장한 안나푸르나를 바라보고 있자니 요리사인 ‘푸림’이 슬슬 내 눈치를 살피기 시작한다. 이제는 일어서야 한다. 하지만 쉽게 발걸음이 떨어 지질 않는다. 돌아보고 또 돌아 보고… 괜시리 눈물이 핑돈다.

 

50대 중반. 거의 평생을 산을 벗하며 지내오면서 이제서야 찾은 히말라야. 그리고 우리 산동지들에게 동경이면서 한이 되어버린 안나푸르나를 뒤로 하려니 마음을 추스리기 어렵다.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난 조원세 악우의 생각이 또 난다. 어릴때부터 산에서 동고동락했던 원세와 이 순간을 함께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제는 정말 일어나야 할 시간이다.

 

해발 4090m. 잠시 상념에 젖어 글을 쓰고 나니 머리가 명〜 하다. 다시 ‘렛다’를 향해 출발 한다. 이제는 트래킹에서 본격적으로 숨이 차고 다리에 힘도 빠진다.

산 경사면을 가로질러 가는 낭떠러지 길이 유난히 신경 쓰 인다. 2 년전 바로 이곳에서 현지인 여자 3명이 지나다 산사태로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머리위로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바윗 덩어리들이 언제 낙하할지 모를 상황이다.

 

40분만에 ‘렛다’에 도착,장부씨가 잡아놓은 ‘스노우랜드’ 호텔에 짐을 풀었다. 우선 늦은 점심이지만 푸림이 수제비를 끓여 4명이서 맛 있게 먹고는 소화도 시킬겸 주변 산책에 나섰다. 오늘 하루는 약 해발800m를 오르는 것으로 고도를 조정했지만 내일을 위해 더 올라가는건 참아야 했다. 다른 트래커들도 대개 하루에 고도 700m 이상을 올리지 않는것 같았다. 조심해서 나쁠것은 없다.

 

약간 머리가 띵하고 어지럼증이 있지만 참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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