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malayas

[2002년] 밤새 추위와 고산병에 시달려 [22회]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용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929회 작성일 22-06-09 23:06
image

본문

숨가뿜과 두통이 밀려와… 아슬아슬한 빙판 절벽길 곳곳

 

4월5일(트래킹 여덟 째날 2)

 

‘렛다’에는롯지가 3개 있었 다. 우리가 숙소로 정한 ‘스노우랜드’는 올라오면서 만난 첫집으로 손님이라곤 우리 일행밖에 없었다. 그런데 더 위로 있는 롯지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첫번째 집은 왜그냥 치나치는것일까. 사람들의 심리가 문득 궁금해진다. 하긴 두번째 집이 손님들로 북적거려도 다시 5분이상 내려오고 싶은 사람은 없을것이다. 이런 고산지대에서는 5분이상 오르내리는게 힘들고 귀찮은 일이다

 

숙소에서 바라보는 ‘출리웨스트’ 봉우리(6419m)의 만년설이 그나마 마음을 가라앉힌다. 롯지의 홀에는 젊은청년 2명과 집주인이 카드놀이에 정신을 팔고 있다. 이름이 ‘두지’인 집주인은 젊은친구로 외모는 ‘조폭’ 이 한수 양보할 정도이지만 성 격이 참 좋아 보인다. 락씨를 마시겠느냐고 묻길래  아주 잠시, 유혹을 떨칠까 하다가 달라고 했다. 락씨를 마시자 어지럼증이 조금은 가라앉는것 같다. 역시 난 술체질이야…

 

우리 일행이 잠시 쉬고 있는 사이 훌에는 새로 들어온 트래커와 포터들이 모여들더니 본격적으로 카드판이 벌어졌다. 돈이 왔다갔다 하는데 눈치를 보니 판이 커진것 같았다. 주인 ‘두지’가 티베트티를 만들어 자꾸 마시라고 권한다. 이 티베트차는 만드는 방법이  독특하다. 긴 원형통에 야크버터와 뜨거운 물을 부어 막대로 저어 만드는데 맛은 좀 찜쩔하고 약간 느끼하다.

 

저녁 무렵이 되자 출리웨스트봉이 있는 곳에서부터 눈발이 날리더니 이 곳에도 제법 많은 눈이 내린다. 얼마만에 보는 눈발인가. 춥지만 잠시 밖으로 나가 눈을 맞으며 서있자니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흩날리는 눈발에 가려 출리웨스트 봉우리가 보이지 않는다.

 

눈이 내리는 것은 좋지만 너무 많이 내리면 산행에 지장이 있을 텐데… 갑자기 걱정이 앞선다. 다행히도 잠시후엔 눈발 

이 약해졌다. 대신 밤이 깊어가면서 강풍이 불기 시작했다. 오리털 파카를 입고 털모자까지 쓰고 침낭속으로 들어갔지만 추위에 몸이 덜덜 떨린다. 

고산증세인 어지럼증과 두통도 강추위에는 꼼짝 못하는것 같다. 벽과 문틈으로 황소바람이 쌩쌩 불어대는 데에도 장부씨는 잠만 잘잔다. 부럽다. 화장실도 가고 싶지만 참아야 할 것 같다. 이런 추위에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것은 참으로 고역이다. 방안에 요강이라도 준비해야 할것 같다. 지독히도 긴밤..아..정말 밤이 무섭다.

 

4월6일(트래킹 아홉 째 남 1》

 

무서운(?)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오자 추위가 다소 물러간 대신 이번에는 머리가 빠개질듯 아프고 숨도 가쁜게 정말 피하고 싶었던 고산병이 시작됐다. 조심하느라 했건만…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니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일행 모두가 나를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본다. 그런데 가장 나이 어린 ‘빠듬’(포터)조차 추위와 고산병에 맥을 못추는것 같아 마음이 걸린다.

식욕도 없어졌다. 하지만 먹어야 산다고 스스로를 추스리며 아침밥을 다 먹어치웠다. 며칠 전부터 ‘푸림’(요리사)은 고산병에 좋다면서 생마늘을 밥상에 꼭 놓아 주었다. 생각해 주는것이 고맙기만 하다. 날씨는 잔뜩 흐리고 눈발마저 홀날리지만 일단 출발하기로 했다. 그래, 오늘과 내일뿐이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아니겠어…?

 

이곳 ‘렛다’는 해발 4250m이다. 아직도 우리의 목표인 ‘토롱라’(5416m)까지는 해발1166m의 고도를 높여야 한다. 생각만해도 힘이 빠지지만 고통을 참고 한 발 한발 올라간다.

‘렛다’에서 ‘토롱페디’로 가는길은 도중에 새길과 옛길로 갈라지는데 옛길은 왼쪽 산허리로 난 매우쉬운 코스이며 양지여서 눈이 녹아 있었다. 반면 새로 난 길은 산허리를 뚫고 만들어져 길이 험하고 음지에 급경사였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이 길을 택하는 것은, 옛길의 경우 편안 한 대신 낙석이 많아 얼마 전에도 영국 트래커 하나가 돌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단다.

 

‘렛다’를 떠난 지 1시간30분만에 . ‘데우라리’ 찻집에 도착했다. 이 집주인은 어제 밤새도록 스노우랜드 롯지에서 카드를 쳤던 젊은이로 나를 알아보고는 매우 반가워 했다. 찻집 긴의자에는 서양젊은이 둘이 고산병 으로 길게 누워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남의일 같지 않았다.

천천히 차를 한잔 마시며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출발했다. 한 5분 가량 올랐을까. 길도없는 급경사에 도착하자 산허리로 한발자국 만한 폭의 길이 완전히 빙판으로 덮여 있었다.

 

눈발은 계속 휘날리고 왼쪽은 낭떠러지인데

길은 며칠째 계속 내린눈이 완전히 얼어 붙은 상태라 매우' 미끄러워 발 디딜곳이 없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