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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사력 다해 "묵티나트" 까지 하산 [2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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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용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973회 작성일 22-06-09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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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포 증세 간신히 극복,설원 끝나자 이번엔 눈 녹은 길이…

 

4월7일(트래킹 열홑째 2)

 

곧이어 탈진(하이포서미아)증세가 온다. ‘하이포’는 고소병과 다른게 고온이나 .저온에서 탈진해오는 병으로 초기증세로는 잠이 쏟아진다. 나역시 누워 쉬고 싶고 졸음이 쏟아져 내린다.

 

장부씨와 푸림에게 하이포증세를 설명하고 내가 졸거든 깨우면서 자꾸 말을 시키라고 했지만 불안한 마음은 가시질 않았다. 앉아 쉬고 싶어도 앉으면 금세 잠에 취할것 같아 눈을 부릅뜨고 참아본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끝없이 주문을 넣었다. ‘이용학! 네가 여기서 쓰러지면 이용학이 아니다!’ 하지만 소용 없었다. 하늘이 노랗게 보이고 주변이 빙빙 돌아간다.

 

이 나이에 내가 너무 무리를 한것인가 아니면 눈이 왔다고 했을 때 ‘토롱라’ 정상에 오르는것을 취소해야 했던것일까.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은근히 오기가 생긴다. ‘그래! 난 쓰러지지 않아.’ 자꾸 주저앉고 싶을 때 군복무시절 하던 그대로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구령을 외쳐본다.

 

요리사인 푸림은 눈치가 빠르다. 잽싸게 먼저 내려가 능선위의 눈밭에 포터들이 쉬어 가도록 돌로 담율 쌓아놓은 곳에다가 짐을 풀고는 라면을 끓이고 있다. 거기에 그대로 주저 앉았다. 이대로 있다가는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우황청심환 한알을 꺼내 먹고는 신발을 벗었 다.   신발안은 기온이 올라간덕에 얼었던 발이 녹아 있었다. 대신 등산화 속은 완전 물바다다.



 ‘토롱라’ 정상을 떠난지 3시간만에 갖는 휴식이다.

 쉬면서 코를 푸는데 콧잔등이 쓰리다. 정상에서 자외선 차단크림을 발랐는데 너무 약했나보다. 아뿔싸! 벌써 코와 귀가 화상을 입었다.

 

이 곳은 고산지대라 자외선이 강하고 특히 설원에서는 바닷가보다 2 〜3 배 화상위험이 높다. 고글을 쓰지 않을 경우 눈이 멀어버리는 설맹에 걸리는 정도다.

점심을 먹고 오후 2시30분경 기운을 다시내 출발 하면서 장부씨에게 얼마나 더가야 이 지긋지긋한 설원이 끝나는지를 묻자 3시간 거리인 ‘묵티나트’까지는 가야 할것 같다고 한다.

이제는 다리의 힘이 완전히 풀려 걷는다기 보다는 거의 미끄러져 내려간다.

 

너무 힘이 들어서인지 시드니의 가족이 생각나며 아내와 아이들 생각에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이 지겨운 설원은 언제 끝나려는지…

한참을 정신 없이 내려오는데 저 멀리 아득하게 ‘묵티나트’마을이 보인다. 그 때의 반가움이란… 그런데 이제부터는 눈이 녹으면서 등산로가 완전히 물길이다. 눈이 없으면 괜찮을것 이라고 생각한게 큰 오산이었다.

 

어차피 버린 몸. 등산화속도 물이 차 질픽거리기는 마찬가지인데 어쩌랴. 철퍼덕거리며 그냥 내려간다. 어렵고 어렵게 내려가는데 반갑게도 찻집이 보인다. 마지막 안간힘으로 찻집에 도착해 차를 한잔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데 그야말로 아무 생각이 없다. 장부씨는 그런 나를 보면서 아직 30분 정도를 더 가야 한단다.

 

그래도 해냈다는 성취감에 가슴 뿌듯함을 느끼며 다시 걷는다. 오늘의 산행은 내 평생 잊지 못할 하루가 될 것이다.

‘묵티나트’에 도착해서는 숙소를 물어보고 다닐 기력도 없어 뜨거운 물이 있느냐고 묻고는 하룻밤 250루피(AS 7.00)에 방 두개를 정하고 ‘묵티나트 롯지’에 짐을 풀었다.

뜨거운 물은 샤워식이 아니라 물을 끓인 뒤 양철통에 받아 주는것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한통에 25루피를 따로 받았다. 나 원 참… 뜨거운 물값을 따로 받는 집은 처음이다. 참 나 원...

 

산 너머 저쪽과 지금 내가 있는 ‘묵티나트’는 전혀 다른 세상같다. 이 곳은 완전히 북쪽 변방이다. 

저녁을 먹은뒤 락씨 반병을 마시고는 그대로 곯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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