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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여유를 가지고 "좀솜" 까지 하산 [2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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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용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607회 작성일 22-06-09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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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트래킹의 중요점…포카라 행 항공표 제각각

 

4월8일(트래킹 열 하루째 1)

 

어제밤은 트래킹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푹 잤다. 아침에 일어나자 팔.다리.어깨 등 안 아픈데가 없다. 이제부터는 모든 일정이 느굿하다.

바쁠것도 없고 해서 천천히 준비하는데 셀파인 장부씨가 묵티나트의 사르사띠에 사원에 가자고 한다. 이곳 사원은 힌두교와 불교의 성지로 네팔사람들이 평생에 한번쯤은 꼭 순례를 해보고 싶어하는 유명한곳 이란다.

하지만 어제 내려왔던 그 끔찍한 길을 다시 20분정도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썩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 또다시 여기에 올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게다가 독실한 불교신자인 장부씨를 생각해서 같이 올라가기로 했다.

장부씨는 식사를 하기 전이나 산행 도중에도 불경을 낭송하는건 물론 마니차(마을 입구등에 불경을 적어놓은 둥근통)가 나오면 꼭 돌려 가며 “옴마니 밧메홈"(티벹불교진언)을 왼다.

 

사르사띠에 사원은 불교보다 는 힌두교의 성지로 유명하다. 저 먼 인도에서 어느 돈 많은 부자는 '좀솜’까지 비행기로 그다음은 조랑말을 타고 이 성지를 보기위해 오는가 하면 가난한 사람은 구걸을 하면서 몇개월이 걸리는 순례길을 온다고 한다.

사원은 오래돼 화려하지 않지만 산 위에 크게 자리하고 있다. 조그마한 사당이 있길래 들여다 보니 가운데에 말뚝(시바신)만 하나 있다. 우리에게 불교사원은 익숙하지만 힌두교는 이해하기도 어렵고 사원의 향냄새가 너무 강해 오래 있을수가 없다.

 

수행하는 사두(Sadhus)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불교사원에서는 장부씨가 참배를 하는데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마음이 경건해진다.

네팔 사람들에게 있어 종교는 삶 그 자체이다. 현세가 힘들고 고달파도 내세에는 좋은 신분으로 태어나 잘 살수 있다고 믿고 열심히 불공을 드린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9시에 출발해 1시간만에 ‘자콧’(3500m) 에 도착해 차한잔을 마시고는 ‘좀솜’을 향해 출발했다. 여기서 부터는 전혀 색다른 풍경이 펼쳐지는데 산에는 나무 한 그루 없이 황량한 벌판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저 앞으로 일본인 관광객 10여명이 조랑말을 타고 ‘묵티나트’로 관광을 가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말을 탈까 했지만 부질없는 생각이다.

 

터덜터덜 걸어 12시에 ‘에크로바티’( 2 7 3 0 m )에 도착했다. ‘가르간다키’ 강옆에 위치한 이 조그만 마을은 네팔과 티벹 국경지대인 ‘무스탕’으로 가는 트래커 들의 출발지이기 때문에 트래커 들로 붐비고 있었다.

무스탕 지역은 마지막 왕국으로 1970년대 후반 에서야 개방된 곳으로 그 때문인지 아직도 모든것이 옛날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워낙 북쪽 변방인지라 한번쯤 트래킹을 해볼 가치가 있는 곳이다.

 

오랜 만에 이 곳에서 점심으로 맥주 한 병과 빵을 먹은 다음 오늘의 종착지인 ‘좀솜’으로 출발했다. ‘가르간다키’ 강의 출렁거리는 구름다리를 건너자 강 옆으로 자갈길이 끝없이 이어지데 강풍에 몸이 날아갈 지경 이다.

 

‘가르간다키’ 강은 강폭이 무려 300여m에 달하는데  지금은 건기여서 가운데로 많지 않은 강물이 흐르며 강가에는 자갈밭이 사막처럼 펼쳐져 있다. 강풍에 모래가 날려 얼굴을 때리는데 너무나 따가워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2시간이나 걸려 ‘좀솜’ (2713m)에 도착했다.

‘좀솜’은 꽤 큰마을로 이 곳 트래킹에서 중요한 거점이 되는곳  이기도하다. 은행과 우체국, 비행장이 있고,군 부대도 주둔 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먼저 해야 할일은 내일 ‘포카라’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하는 일이다. 일반 트래커들은 이 곳에서 3일이 소요되는 포카라까지 걸어가지만 이석우 후배는 하산길에 ‘좀솜’에서 비행기를 타라고 권했었다. ‘좀솜’에서 ‘포카라’까지는 그 저 그런 황량한 길이 이어질 뿐 이라는 것이다. 걸어서 3일 걸리는 길이 비행기로는 35분이 소요된다니 돈이 좋긴 좋다.

본래 계획은 나와 장부씨는 비행기로 포터와 쿡은 걸어서 하산해서 카투만두에서 만나기로 돼 있었지만 그동안 정이 들어 도저히 걸어 보낼 수가 없었다. 푸림과 빠름은 “괜찮다”고 우기지만..

그런데 재밌는 일은 ‘포카라’ 까지 가는 비행기 요금이 항공사마다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항공사는 세개가 있는데 나는 외국인 이라고 해 서 3800 루피 (A$110)이고 네팔인은 900루피 였다. 어딜 가나 외국인은 ‘봉’이다.

 

비행기표를 예약하자 푸림과 빠름은 “땡큐 바라 싸부”(네팔어로 최고존칭어)를 연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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