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무난한 하산 자축하며 "한잔" [27회]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용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315회 작성일 22-06-09 23:33본문
고급 ‘마파’ 락씨에 푸짐한안주까지… 다음날비행장에서 '난리’ 떨어
4월8일(트래킹 열 하루째 1)
‘좀솜’(2713m)은 ‘닐기리봉’ (7061m)의 바로 아래에 있는 마을이라 이 곳에서 바라보는 ‘닐기리봉’의 만년설이 햇빛속에 눈이 부시도록 반짝거린다. 또한 비행장이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곳이기도 하다.
숙소는 ‘좀솜 트래킹롯지’로 정했다. 주인은 ‘데빈드라’라는 이름의 잘생긴 남자(44)였는데 서양 혼혈아처럼 보였다. 출생을 물어보니 자신은 순수한 ‘타갈리족’이란다. 네팔에는 소수민족이 그리도 많은지 트래킹 도중 가는곳마다 무수한 부족을 만났다.
셀파족,마낭족,구릉족,티벳 족,네팔리 등등 이름도 많고 또 ‘카스트’ 제도까지 있어 정말 어지러운 나라이다.
오랜만에 뜨거운 물로 사워를 하고나니 정말 날아갈것만 같다. 오랜만에 거울을 보니 얼굴은 화상으로 얼룩지고 입술은 부르터서 진물이 흐르고… 내가 봐도 참 한심한 얼굴이다. 하지만 자랑스럽다.
이 곳의 락씨는 현지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마파’ 지방에서 나는 사과로 만든것으로, 네팔 안에서도 손꼽히는 술이란다. 트래킹도 무사히 끝나가고… 요리사인 푸림에게 닭두마리를 잡아달라고 했다. 한 마리에 350루피,‘마파’ 브랜디 한병에 200루피인 거금인데 내친 김에 네팔 안주도 두어 접시 주문했다. 긴장이 풀린 데다가 일단 ‘발동’이 걸리자 멈출수가 없다.
한참을 우리 일행과 떠들면서 마시고 있는데 집 주인인 ‘데빈드라’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데빈드라’는 나를 일본인으로 알았다고 했다. 그럭저럭 취기가 올라 ‘빠름’과 ‘푸림’에게 노래 한곡조씩 부르게 하고 나도 십팔번인 '삼포로 가는 길’을 뽑았다. 시드니에 있는 가족들, 친구,후배들 생각에 목이 메인다.
좀솜의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술에 취해 어떻게 방으로 왔는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그 바람에 실수를 했다. 좀솜에 도착하여 후배 이석우씨에게 전화 하기로 한 약속을 어긴것이다. 후배는 얼마나 걱정을 했을까.
특히 이런 트래킹에서 예정된 날짜에 연락이 없으면 무슨 조난이라도 당한 것이 아닌가 하고 기다리는 사람은 속이 탈수밖에 없다.
4월9일(트래킹 열 이틀째)
‘빠름’이 찌야(밀크차) 한잔을 들고와 깨운다. 어제 과음을 했더니 머리가 아프다. 하긴 아직도 이곳은 해발 2710m로 5410m인 토롱라를 넘었다는 안도감에 어셋밤 고삐(?)가 풀려 버린 것이다. 이번 트래킹에서 고산병으로 그리 큰 고생을 하지 않은것이 천만다행이다. 틈틈이 스쿠버 다이빙을 해왔던것이 도움이 된것 같다. 바닷속은 기압이 낮기 때문에 스쿠버 다이빙을 하다 보면 심폐기능이 좋아진다는 말이 있다.
오늘은 드디어 문명의 세계 (?)로 귀환하는 날이다. 아침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는 7시30 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6시30분 까지 비행장으로 갔다. 이른 시각인데도 사람들이 많아 혼잡스러운 시장 같다.
탑승수속을 하면서 우리 일행의 짐무게를 달아보고는 무조건 660루피(A$18)를 내란다. 내라면 내야지… 하여간 이나라는 정확한 규정 설명도 없다. 물론 영수증도 안 준다. 그리고, 비행기 출발시간은 고무줄이다. 7시30분 출발이지만 무조건 기다려야 한다.
‘좀솜’에서 ‘포카라’까지 는 비행기로 약 40분 걸리지만 걸 어 가려면 2박3일 정도 걸린다. 항공사는 로얄 네팔 에어라인 (RNA), 코스믹, 상그릴라 등 3 개가 있다. 그 중 RNA가 가장 싸길래 이곳을 예약했다. 다른 비행기는 계속 오는데, 7시30분 에 떠난다는 비행기는 한 시간 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공항의 다른 승객들은 모두 떠나고 우리 일행만 남았다. 그에 대한 안내방송도 없다. 그러다가 한참이 지난 뒤 RNA가 취소됐고 상그릴라 에어라인으로 바꿔야 하고 그 대가로 2000 루피 (A$57.00)을 더 내야 한단다. 서서히 머리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RNA 직원은 보이지 않았고 상그릴라 직원이 “상그릴라"와 RNA의 가격 차이를 내야만 이 날 30분후에 있는 마지막 비행기를 탈수 있다”는 것이다.
머리위로 김을 내뿜으며 R N A 사무실로 달려가니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다시 공항에 오자 마침 RNA 직원이 상그릴라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는게 보였다.
성질 같으면 역살을 잡고는 한대 후려치고 싶었지만 일단 꾹 참았다.
- 이전글포카라 소재 특급 호텔에 여장풀어 [28회] 22.06.09
- 다음글여유를 가지고 "좀솜" 까지 하산 [26회] 22.06.0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