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limanja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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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하가 햇빛에 반짝이고 구름이 허리에 결친 모습은 환상 ..." [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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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일차 : 호롬보 산장(3720m) - 키보 산장(470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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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오후는 고소적응차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 조금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 했지만 한밤중에 두통이 심해 자다가 일어나 파나돌 두알을 복용하고 잠을 청했으나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아침을 맞았다.

 

        드디어 오늘과 내일의 일정이 킬리만자로 등반의 성패가 달려 있는 날이다. 오늘은 호롬보 산장을 출발해 키보산장 까지 간 다음,오후와 저녁 내 휴식을 취한후 밤 12시에 등반을 시작해 우후루피크(5895m) 정상까지 가는 어렵고 힘든 일정이다. 24시간 안에 고도를 2175m 올려야 하며 정상까지 등반시간만 11시간이 걸리는 것을 생각하니 고산병 증세 로 아픈 머리가 깨질 것만 같다.

하지만 어쩌랴. 여기에 적응하든지 아니면 포기하고 내려가든지 둘 중의 하나다. 최선을 다해 후회없는 산행을 만들어 봐야 겠다. 출발하기 전에 필자 는 연장자로서 우리 일행에게 고소적응을 충분히 잘하자고 잔소리 아닌 부탁의 말을 당부해둔다.

 

        산장을 출발해 가파른 길을 오르자 마웬지봉(5354m)에서 눈 녹은 물이 흘러 내려 습지대를 만들고 키 작은 관목 들과 에베레스팅 꽃(영혼의 꽃)들이 지천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왜 ‘영혼의 꽃’이라고 부르는지 알수는 없지만 꽃 이름에서 풍기는 시적인 감정은 이곳을 찾은 이방인에게는 또 하나의 경외함을 갖게 해 준다.

        관목지대를 따라 2시간만에 도착한 ‘Last Water Point’는 말 그대로 여기서부터는 물이 없기 때문에 모든 등 반팀의 포터들은 키보 산장에서 사용할 물을 준비해 가지고 간다. 호주에서 아내가 준비해 준 육포로 간식을 대신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가로 지른 능선 을 두 개쯤 넘어서자 탁 트인 관목지대 너머로 키보봉이 드디어 완전한 자태로 씨네이오 킬리만자리와 어울려환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

 

        첫 경험은 언제나 사람을 설레게 하고 들뜨게 하지만 첫 만남의 키보봉은 과연 아프리카 최고봉이자 세계 최대의 분화구를 가진 산의 모습이다. 정상 왼쪽 설사면의 빙하가 햇빛을 받아 반짝 이고 구름이 허리에 걸친 그 모습은 환상 그 자체다. 이것이 산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이 아닐까?

넋을 잃고 한 없이 바라 보다가 사진 촬영을 끝내고 아브라함의 인도 아래 느릿느릿하게 걷는다. 묵묵히 걷는 그 의 어깨 위에 짊어진 낡은 배낭에서 삶 의 고단함이 묻어나온다. 수도 없이 이길을 오르내리면서 그가 느끼는 킬리만자로는 무엇일까? 이방인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지만 그들에게는 단지 삶의 터전으로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

 

이쯤에서 보통 사람들이 두통과 구토 증세를 보이면서 고소적응의 한계를 느끼는 구간이다. 우리 일행 중 한명도 고소증세로 힘들어 하지만 아직 까지는 잘 따라와 주고 있다. 필자도 긴 이동 시간과 연속되는 등반일정에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고, 걷다가 잠시 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날씨는 점점 흐려지고 비구름이 온산을 덮어 버리더니, 잠시 후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고도가 높은 만큼 기온도 많이 내려가 방수 자킷과 바지를 꺼내 입었다. 12시에 점심식사 장소에 도착 했으나, 진눈개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은 없고 노천에 탁자와 긴 의자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그나마 의자도 젖어 있어 앉지도 못한 채 큰 바위밑에 쭈구리고 앉아 도시락을 편다. 차갑게 말라 비틀어진 닭다리와 튀긴 빵을 보니 한숨만 나온다. 고산병인가? 식욕이 싹 달아나고 물만 들이킨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먹으면 안될 것 같아 우격다짐으로 삶은 계란 한 개와 손가락만한 바나나 한 개로 대충 때운다.

 

그런데 아무래도 오래전에 수술했던 왼쪽 무릎이 이상하다. 간혹 무리하면 따끔따끔한 통증을 느낄 때가 있었지만 여태까지 잘 견더 주었는데…. 제일 중 요한 오늘 밤의 정상 공격을 앞두고 걱정이 앞선다. 이때 또 환자를 실은 수레가 내려온다. 웬만하면 걸어내려 갈 텐데 수레에 실려갈 정도면 심각한 건 아닌지,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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