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해냈어 !! 더 이상 오를 길이 없이 모든 세상이 발 아래에…” [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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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일차(계속) : 키보 산장(4700m) 一 킬리만자로 정상(5895m) — 호롬보 산장
한발 한발 내딛는 발걸음은 고통 그 자체다. 바위틈을 지나 여기겠지 하면 아니고 그러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오른다. 이젠 체력의 한계를 느껴 더 못갈것 같다고 아티브에게 말 할때쯤, 산 장을 떠난지 5시간15분 만에 키보산의 분화구 아래쪽 가장자리인 길만스포인트(5681m) 에 도착했다.
이 곳은 일명 *Leopard Point* (표범 의 장소)라고도 하는데 일설에는 1927년 선교사인 Richard Reutch 가 한마리의 얼어죽은 표범시체를 여기서 촬영했으며 아직도 선교사가 찍은 사진은 빛이 바랜채 마랑구호텔의 작은 박물관에 보존돼 있다고 한다. 헤밍웨이는 이런 현지인의 이야기속에서 모티브로 삼아 그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의 서두에 표범을 등장 시켰다.
그는 소설 속 주인공이 죽음을 앞두고 지나온 날들의 회한과 방황을 무엇 인지 찾아 헤매다 아무 것도 살 수 없는 화산지대의 5600m 고도에서 얼어 죽은 표범과 오버랩시킨 것은 아닐까? 나도 여기까지 왜,무엇을 찾으려고 이 고생을 하며 올라 왔는지 아직은 모르겠다. 킬리만자로 정상에 올라보면 찾을 수 있을려는지….
협소한 이정표 앞에는 먼저 올라온 팀들로 북적이고 있었고 아직 주위는 어둠 속에 묻혀 아무 것도 보이질 않는다.
아티브와 나는 잠시 숨을 돌린 다음 정상을 향해 다시 무거운 발걸음을 제촉한다. 여기서 정상까지 고도 차이는 200m 지만 거리는 2km이기 때문에 시간은 약 2시간 정도 소요되며 분화구의 가장자리를 따라 오른다.
댜행히 고산증세는 없고 체력이 떨어져 걷는데 너무 힘이든다. 어둠이 채 가시기전 희미한 여명 속에 구름바다가 발아래 널리 펼처져 있다.
이제 서서히 날이 밝아오며 저멀리 검은구름 사이로 붉은 빛이 퍼지면서 태양이 검은 구름과 잿빛 하늘 속에서 붉은 광채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아프리카 대륙 최고봉에서 일출을 맞는 감격적인 순간이다 . 순간에 온 천지가 열리면서 파란 하늘 아래 파노라마로 보이는 구름과 하얗게 빛나는 빙하는 거대한 얼음벽으로 환상적인 광경올 보여준다. 나도 모르게 탄성이 절로 나온다. 아프리카 적도아래 킬리만자로 만년설은 신의 걸작품이며 바로 이런 환희의 순간은 고생하며 올라온 자만이 누리는 축복이 아닐까? 분화구 가장자리의 바위틈을 지나면서 왼쪽은 빙하고 오른쪽은 까마득한 절벽아래 세계최대의 분화구가 군데군데 눈 덮힌 채로 끝도 안 보인다.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오전7시30분에 도착한 킬리만자로 정상은 “축하합니다. 당신은 우후르 정상(5895m)에 서있고 아프리카의 최고봉이 자 세계 최고의 단일산이며 세계최대 화산 중의 하나” 라는 팻말이 서있다.
"우후르" 는 스와힐리어로 자유, 독립 이라는 뜻이 있고 1963년 케냐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할때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이제 더 이상 오를 길이 없이 모든 세상이 발 아래에 있다. 파란 하늘 아래 운해는 그동안의 피로를 보상이라도 해주는 듯 환상적인 풍경이다.
나는 감격에 젖어 시드니의 가족 생각이 나면서 눈물이 나온다. "여보 해 냈어 !" 이 한마디를 제일 먼저 아내에게 전하고 싶다. 무엇이 나를 이 먼곳 까지 오게 했을까 ? 나는 이미 올라오면서 내마음의 표범이 찾는 그 무엇을 나도 모르게 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뭔지 알 수 없이 벅차 오르는 이 가슴이 그런 것 같다. 이제 기념사진도 끝내고 하산해야 할때다. 항상 정상은 잠시 잠깐 머물수 있는 곳, 삶의 정상은 어디일까? 정상이라고 느낄 수만 있어도 그것은 성공한 인생일 것이다. 왜냐 하면 내려갈 준비를 하는 시기를 알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상을 정상이라고 느끼지 못할 때의 과욕이 우리를 힘든 나락의 계곡으로 떨어뜨릴 때가 많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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