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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이(Masai)족 마을에서 [1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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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사이족은 동부아프리카에 주로사는 유목민으로 소나 양을 키우며 일상생활 속의 모든것을 소에서 얻는다. 

마사이족에게 소는 목숨 만큼 소중하다. 소를 그들만의 독점물로 여기는 신화에 근거해 다른 부족의 소를 약탈하 는 것이 중요한 의무의 하나다. 마사이 족은 승리 아니면 죽음이란 각오로 전투를 한다. 그들에게 항복이나 후퇴는 없다.

 

이러한 용맹성으로 19세기 노예상들이 아프리카 내륙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하루에도 수천명씩 노예를 잡아 실어 날랐지만,마사이족중에 노예로 끌려간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는 불가사의한 부족이다.

 

마사이족의 거주지는 대개 동물보호 구역이나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어 일반인들은 살수 없으니 그들만이 유일 하게 살고 있는 셈이다.

 

이 곳에서 동물사냥은 불법이지만 그 들은 아직도 소나 양을 보호한다는 명 분으로 사자 사냥을 한다. 그러나 이는 외부에 설명하는 명분일뿐 실제로 사자 사냥을 하는 이유는 용기를 과시하기 위한 마사이족 전통의 일부라는 것 이다.

 

케냐와 탄자니아정부는 마사이족 재 정착사업을 하고 있어 일부는 도시로 떠나고 일부는 UN의 원주민보호대상 에 올라있을 만큼 적은 수만이 그들만 의 고유한 전통과 생존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고 있다.

 

필자는 암보셀리 국립공원 내 ‘올투칼 리’ 롯지에서 30분정도 떨어져 있는 마사이족 마을에 도착했다. 이 조그마한 마을은 관광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해 살아가는 것 같았다. 마을 입구에서 젊은 족장이 방문객 한 사람당 미화 15달 러씩의 입장료를 받자 이십여명의 마사이 남자들과 여자들이 환영식을 한다. 

마사이족 여인들의 미적 기준은 귓볼을 얼마나 늘리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커다란 귀고리를 주렁주렁 달아서 귓볼이 아래로 처지도록 한다. 때문에 나이든 여인들의 경우 귀볼에 큰 구멍이 나서 보기에도 안쓰러웠다.

 

그리고 붉은색 낭가를 걸친 후리후리 하고 깡마른 (마사이족과 평균 신장이 173cm) 남자들이 긴막대기를 들고 한 줄로 서서 검중검중 뛰어 오른다. ‘아루무’라고 불리는 이 전통춤은 용맹성 을 과시하고 하늘과 가까이 하려는 염원을 담은 무속신앙의 하나라고 한다. 

 

야생동물과 다른 부족의 침입을 막기위해 둘러쳐 있는 가시나무 울타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니 얕으막한 작은 집들이 한 가운데 공터를 둘러싸고 원 을 이루며 둥그렇게 자리 잡고 있다.

마사이족의 집은 소똥과 진흙을 반죽해서 만들었다. 진흙과 함게 반죽한 소 똥은 병충해도 막고 뗄감으로도 쓰인다 고 한다. 이들의 주식은 소의 피와 우유,또는 ‘우갈리’라고 불리는 옥수수 가루를 끓인 것이다.

 

젊은 족장은 우리를 공터 한 가운데 나무 아래로 모이게 하더니 아카시아나무를 비벼 불씨를 얻는 시범을 보인다. 또 말라리아 약,위장약,관절약,독충 에 물렸을때 독을 빼는 약,등나무뿌리 나 열매 또는 약초로 만든 자신들만의 민간요법 처방에 대해 열심히 설명한다. 보여 줄게 별로 없어 이렇게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젊은 족장의 안내를 받아 집 내부에 들어서니 처음에는 캄캄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더니,조금 지나자 작은 환기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에 의해 서서히 내부가 보인다. 가구라곤 하나도 없는 방이 양쪽에 있고 가운데를 부엌으로 사용하는지 화로가 있었다. 불씨가 남 아 있었는지 매케한 연기냄새 때문에 얼른 나와 버렸다.

 

마을 뒤쪽에는 관광객에게 판매할 토산품과 수공예품을 길에 펼쳐놓고 기다리고 있다. 조잡해 보이는 목걸이와 팔찌 같은 물건들을 하나라도 더 팔기위해 우리를 분산시켜 따로따로 안내하며 끈질지게 물건을 사라고 권하는 장사 수완이 보통이 넘는다. 맨처음 부르던 가격이 시간이 지나면서 1/5 가격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젊은 족장은 필자를 마을 뒤 따로 떨어져있는 허름한 집으로 안내한다. 교실이 하나 뿐인 이 마을 학교였다 수십년도 더 지났음직한 칠판에는 영어와 스와 힐리어가 적혀 있었고 좁고 기다란 책상과 의자가 전부인 이 곳에서 수업을 받던 어린이 십여명이 노래를 불러준다. 

 

족장은 나에게 학교의 재정이 어렵다 면서 학생들이 계속 공부하려면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다. 필자를 일부러 학교 까지 안내한 속마음이 훤히 보였지만 개의치 않고 몇점의 물건을 사는 것 대신 약간의 돈을 기부했다. 필자의 작은 정성이 보탬이 된다면 다행이다. 

 

남루한 옷차림에 코를 홀쩍이는 아이 들의 눈망울 속에서 묻어나는 순수함은  티벳 오지속 어린아이들 에게서도 보았던 기억을 떠오르게 했다. 또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도 배움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고 아이들을 보면서 문득 감명 깊게 읽었던〈마사이 전사 레마 솔라이 〉라는 책이 떠올랐다.

 

책내용은 마사이 부족 출신의 한 소년이 모든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고 아무도 꿈 꿀수 없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세인트 로렌스 대학교를 거쳐 하버드 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지금은 버지니아의 랭글리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는 비록 문명사회에 나가서 성공했지만 그를 키워준 마사이의 전통과 문화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방학 때 마다 자기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는 일년의 반은 전통복장을 입고 마사이족으로,나머지 반은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두 세계 속의 전사로서 살아가고 있다.

 

그는 지금도 아프리카의 유목민을 위 해 많은 일을 하고 있고 케냐정부에서 수여하는 위대한 전사 훈장을 최연소로 탄 사람이기도 하다. 교실에 앉아 있던 아이들에게 그들의 선배인 ‘레마 솔라이 ’의 성공담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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