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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로비 박물관의 인류조상 화석 앞에서 [1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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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은 오랫만에 느긋하게 일어나 여유를 부려 본다. 어젯밤의 숙취가 된장찌개에 기분좋게 풀어진다. 오늘 행선지는 나이로비의 국립박물관과 시티의 다운타운이다. 우선 국립박물관으 로 가기 위해 택시를 불렀다.

 

여기 택시는 미터기가 없기 때문에 출발 전에 요금을 확정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큰 봉변을 당하기 십상이다. 숙소에서 불러준 택시 기사 와 500 케냐실링(12 호주달러)에 박물관까지 가기로했다.

 

러시아워가 지났는데도 시내 들어가는 차량으로 복잡했다. 나이로비 국립 박물관은 무엇보다 420만년전의 인류 조상의 화석이 전시돼있는 인류고고학 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개인적으로도 오래전부터 인류 조상의 발상지인 아프리카에 와서 확인 하고 싶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명성에 비해 박물관의 전시내용은 빈약하기만 하다 맨 먼저 들어선 입구의 전시실은 나비와 새의 전시실인데 원! 나비와 새의 종류 가 그리 많은지… 또 그렇게 엄청나게

많은 종류들을 어떻게 채집했는지… 문외한 인 필자로서는 경이스럽기까지하다. 전시실의 모든 기초는 영국 식민지 시절에 만들어 놓았다는 설명을 듣고나니 수긍이 간다.


이곳 저곳 기웃거리며 그동안 말로만 들었던 우리 인류조상의 화석을 찾아 보았다.

한 전시실에 들어서니 원시인류인 ‘ 오스트랄로피테쿠스 (Australopithecus)* 화석이 전시돼 있었다. 또 1984년 영국의 고생물학자에 의해 발굴된 소년 해골인 ‘터카나 보이 (Turkana Boy)’가 160만년전의 세월 을 뛰어넘어 거의 완벽한 상태로 전시 돼있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런 업적은 영국의 고고학자인 루이 스 리키 부부가 이곳 케냐 인근에서 발굴해 온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고 한다. 천년 만년도 아니고 백만년전이라 는 수치를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어 그 저 고개만 끄덕거릴 뿐이다.

 

그 외의 전시실에는 아프리카 생물과 동물들의 박제나 표본, 옛날 원주민들 의 유품과 생활도구들이 전시돼 있었으 나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박물관을 나와 시내로 가기 위해 택시를 찾는데 마침 주차장에 빈 택시가 한대 있어 흥정을 했다.그러나 터무니 없는 요금을 요구한다. 적당한 선을 불렀으나 안된다고 한다. 아마 택시가 한 대만 있으니 배짱을 부리는 것 같다.

나는 은근히 화가 나서 타지 않고 정문 밖으로나와 지나가는 택시를 잡기로 했다.

 

그러나 쉽게 생각한 것이 오산이었다. 그많은 차들이 달리는 도로에 택시 가 보이질 않는다 . 나중에 알았지만 ‘택시’ 표시 없이 자가용 처럼 다니는 영업용이 많다고 한다. 택시도 잡지 못한채 길에서 삼십여분 쯤 지나니 후회 가 된다. 도로 박물관으로 들어가자니 실실 웃을 기사의 얼굴이 떠올라 기분 이 나쁘다. 마침 그때 아무 표시도 없는 차가 섰다. 시내까지 요구하는대로 주기로 하고 올라탔다. 그러길래 여행 중에는 체면이나 자존심 다 빼놓고 다녀야 하는데 가끔 불필요하게 힘을 허비하고는 뒤늦게 혀를 끌끌 차곤 한다.

 

나이로비 시내는 오가는 사람이 흑인 만 아니라면 어느 유럽의 작은 도시와 별반 다를 게 없는것 같다. 영국의 식민지배하에서 1963년에 독립하고 아직 도 영국의 영향력이 남아있으며 모든 간판이 영어로 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 고 호주에 사는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 의 오른쪽 핸들,라운드 어바웃,호주 학생들과 비슷한 교복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은퇴한 영국인들이 많이 나이로비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아마 사시사철 신선한 날씨가 1600m 고원지대로 인해 아프리카 적도 아래에 있다는 것 을 잊게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독립할 당시 영국인들은 돌아갔으나 그 밑에 자리잡고 있던 인도인들은 남아서 모든 상권을 장악했다고 한다. 이래 저래 케냐인의 가난은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나이로비 시청 앞에서 택시를 세운뒤 걸어서 시내를 돌아보기로 했다.

먼저 시청 바로 앞에 있는 컨벤션센터에 가니 중앙에 케냐의 초대 대통령 인 케냐타의 좌상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서는 30~40년전 한국의 관광지에서 쉽게 볼수 있었던 많은 사진사들을 만날수 있었다. 사진기가 흔치 않았던 그 시절 우리도 전문 사진사가 찍어준 사진들을 앨범에 곱게 정리해 놓거나 사진틀에 끼워서 대청 마루 높은 곳에 걸어두기도 했다. 지금도 빛바랜 사진 들을 보면 지난 세월의 순간 순간이 떠 오른다.

 

동아프리카의 최대 도시라는 나이로 비 시내는 심한 매연과 할 일 없는 많 은 사람들 차선도없이 먼저 앞부분을 들이미는 차가 우선인 그런 도시지만 지난 밤 ‘아프리카 고수’의 가르침 덕분인지 그 복잡함 속에서도 마음은 편하다.

 

한참 걷다보니 점심이 많이 지난 것 같다. 무얼 먹을까 생각하면서 이곳저곳 기웃거리는데 거리 한 귀통이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나를 잡아 이끈다. 우리의 꼬치구이와 비슷한데 냄새가 좋아 4개나 주문했는데 이건 왜 이리 질긴지 한개도 겨우 겨우 먹었다. 그것도 주인 눈치보면서….

그러다 우후루 공원에 와 보니 역시 시드니도 마찬가지지만 이곳도 런던 하이드파크의 복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이한건 공원 한가운데 약 5m 정도의 가시 철망이 둘러처져 있는 것은 바로 흡연 구역이였다. 그 넓은 공원에서 담배를 못 피우는 것도 그렇지만 가시철망속 이라니… 나에게는 신기하기만 하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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