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터들의 송별합창 '킬리만자로 송’ 이 낯설지 않은 건 왜일까?” [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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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일차 : 호롬보 산장(4700m) — 마 랑구 게이트 - 남망가 국경 - 암보벨 리 국립공원
오늘은 을라올 때 이틀 걸린 길을 하루에 가는 긴 여정이다. 새벽 4시반에 일어나 서둘러 아침을 먹고 우리 팀이 제일 먼저 출발한다. 아직 날이 밝지 않아 헤드랜턴으로 등산로를 비추면서 미끄러운 길을 내려오는데 다리 근육이 풀리지 않아 헛발질을 자주 한다. 이럴 때에는 발목 부상을 당하지 않게 조심 해야 한다.
차츰 날이 밝아 오면서 초원지대의 시네시오와 로벨리아를 지나며 뒤돌아 보니 능선위 왼쪽으로 킬리만자로봉의 하얀 윗부분과 오른쪽으로 마웬지봉이 헤어 짐을 아쉬워하는 듯 모습을 살짝 보여 준다. 어느덧 저멀리 아래에 있던 구름 이 내 머리 위로 올라와 있다.
올라오는 팀들이 “잠보” 하고 인사한다. 우리가 “폴레 폴레” 하고 답해주니 부러워하는 눈치다. 나도 몇일전 올라갈 때 그랬으니까…. 말 하지 않아도 그 심정을 알만하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기온이 올라가 옷을 하나씩 벗으며 정글지대를 들어서니 원숭이와 들쥐 같이 생긴 동물들이 보 인다. 호롬보 산장을 떠난지 6시간10분 만에 만다라 산장을 지나 오전 11시15 분. 드디어 킬리만자로 등반입구인 마랑구게이트에 도착했다. 6일전에 출발 할 때 걱정반 기대반이었던 감정이 무사히 해냈다는 기분으로 이제는 홀가분 해졌다.
무엇보다 우리 일행 모두 낙오자 없 이 킬리만자로 정상을 올랐다는 것이 기쁨을 더해 준다. 우리의 축하파티는 저녁에 숙소에서 하기로 하고 우선 시원한 킬리만자로 맥주로 모든 갈증을 풀어본다.
지금 우리집 선반 위에 그 때 기념으로 가져온 하얀눈의 킬리만자로가 그려진 캔맥주가 놓여 있다. 그 맥주를 보면 몸과 마음으로 느꼈던 그 때의 맥주 맛을 잊지 못한다. 준비해 준 런치박스 로 점심을 먹고 나자,수석가이드 솔로 몬이 국립공원에서 발행한 정상등정 확인서를 우리 모두에게 전해 준다.
수고한 가이드, 쿡, 포터들에게 약간의 팁과 준비해 간 볼펜을 주기 위 해 “코리안 포터 모여라” 하고 외치자 구경하고 있던 다른 팀의 포터들까지 슬며시 끼어 든다. 넉넉하게 모두에게 나눠주면 좋으련만…. 나는 아티브에게 따로 팁과 가지고 있던 털장갑을 주면서 앞날을 기원해 주었다.
가이드와 포터들이 우리 일행을 위해 즉석 송별식을 해준다.. 전부 빙둘러서서 합창으로 ‘킬리만자로 송’을 부른다.(사진) “킬리만자로,킬리만자로, 킬리만자로,음리푸 음레푸사나…” 하며 부르는 이 노래는 경쾌하면서도 그들의 애환이 듬뿍 담긴 곡조가 우리에겐 낮 설지 않은 건 왜일까. 이들의 노래는 모든 걸 떠나 진한 동료애를 느끼게해 준다.
아브라함,솔로몬, 아티브와 이름을 알 수 없는 쿡과 포터 모두에게 행복한 앞날을 기원한다. 그들에게는 헤어짐과 만남이 일상이겠지만 우리에겐 킬리만자로와 이별의 아쉬움 속에 이들도 함께 하고 있다. 끝까지 손을 흔들어 주던 아브라함의 주름진 얼굴이 지금도 마음을 무겁게 한다.
우리는 모쉬를 거쳐 아루사의 임팔라 호텔로 떠날 때 맡긴 짐을 찾으러 갔다. 이곳 아루사는 ‘탄자나이트’라는 보석의 주거래지로도 유명하다. 1960년 대 어느날 탄자니아의 북부지역을 우연히 지나던 마사이족의 목동이 아름다운 푸른빛의 돌을 주웠는데 이 돌이 세상에 알려지고 1969년 뉴욕의 유명한 티파니 보석상에서 소개된 후 희귀성과 아 름다운 빛으로,다이아몬드보다 훨친 더 비싼 가격으로 거래된다고 한다.
이곳 사람 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 사람들까지 모여 들어 목숨 걸고 원시적인 방법으로 1천m씩 갱도를 파고 내려 간다고 하니 국민 절반이 하루 2달러 정도의 수입으로 살아가는 형편에 인생 역전의 길을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이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노다지의 꿈을 이룬 사람보다 이루지 못한채 쓰러져 간 사람이 더 많겠지만 지금도 여기는 ‘골드 러시 ’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나는 연일 계속되는 강행군 속에서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너무 편하다. 오후 4시쯤 도착한 남망가 국경검문소는 올때와 마찬 가지로 약간 소란스럽지만 출입국 수속을 간단하게 끝내고난후 케냐의 암보셀리 국립공원으로 이동하기위해 지붕이 열리는 사파리 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현지 기사가 능숙한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국경을 지나 남망가에서 우회전 하자 비포장도로가 시작된다. 마랑구에서 국경까지는 포장도로라 편했는데…
우리 차는 에어콘이 시원치 않아 창문을 열어야 하지만 먼지를 뽀얗게 날려 창문을 닫고 달리면서도 전부들 즐거워 한다. 2시간만에 암보셀리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하니 기다렸다는 듯이 마사이족 여인들이 기념품이나 장신구 들을 내밀면서 사라고 한다. 암보셀리 는 마사이족의 말로 늪 혹은 호수라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사바나의' 건조한 초지에서 살고 있는 많은 동물들이 물을 먹기 위해 모여들어 일찍부터 보호구역으로 지정 되어 있다. 특히 맑은 날 여기서 바라 보는 킬리만자로의 풍경은 아프리카의 사진과 엽서에 실릴 정도로 환상적이며 헤밍웨이가〈킬리만자로의 눈〉을 집필 한 곳으로 유명하다. 우리를 태운 차는 다시 흙먼지 날리는 황야를 거침없이 달린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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