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셸리 국립공원에서 야생동물들과 만나다 [1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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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우리는 대자연과 야생동물들의 왕국에 초대를 받아 들어간다. 첫번째로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붉게 물든 석양을 배경으로 저멀리 지평선 위로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코끼리떼와 우리 곁을 유유히 지나가는 얼룩말떼다. 과연 TV에서만 보던 장면 그대로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멋있는 일출을 보려면 킬리만자로 정상이 제격이고 일몰 장면은 끝없이 펼쳐지는 사바나의 지평선 위라고 하는데,나는 두 곳 모두 경험했으니 억세게 운이 좋은가 보다. 모두가 그 곳에 갔다고 해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렵고 힘들 게 오른 산행에서 날씨가 허락치 않아 정상의 기쁨을 느낄새도 없이 쫓기듯 내려온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우리는 환성을 지르면서 사진을 찍느라고 바쁘지만 운전기사는 이 정도는 별게 아니라는 듯 ‘내일부터 본격적인 게임 드라이브가 시작되니 기대하라’고 한다. ‘게임 드라이브’란 말은 예전에 동물 사냥을 할 때 붙인 말이라고 한 다. 지금이야 법으로 사냥금지가 엄격 해져 스와힐리어로 여행을 뜻하는 ‘사파리 ’가 더 어울릴 것 같다.
‘사파리’ 하면 아마 1960년대 중반에 개봉된 영화 ‘하타리’의 주인공 죤 웨 인이 아프리카의 대초원에서 지붕없는 랜드로버로 달리며 이생동물을 생포하 는 장면과 함께 주제곡인 ‘아기코끼리 의 걸음마’가 떠오르게 한다. 아주 오래된 이 노래가 생각이 나는 것은 그 옛날 이 곡만 나오면 아내가 입버릇 처럼 자랑을 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막내 동생 첫돌 기념으로 당시 동아방송의 ‘최동욱의 3시에 다이얼’에 이 노래를 신청했는데,채택이 되어서 방송으로 나왔다고 얼마나 자랑을 했는지… 지금 다시 들어보니 감회가 새롭다.
기대와 설레임 속에 도착한 ‘알투칼 리 ’ 롯지는 사막 속의 오아시스처럼 국립공원 한가운데 있었다. 객실이 산장식 으로 이루어져 운치가 있으며 시설도 훌륭하다. 일주일만에 뜨거운 물로 사워를 하니 비록 콧잔등은 화상으로 쓰리고 입주위는 부르텉지만 기분은 날아 갈것만 같다.
나는 저녁식사에 아루사에서 준비한 와인 두병으로 우리팀 전원의 킬리만자로 등정을 축하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무사히 산행도 끝나고 긴장 도 풀리면서 기분이 고조돼 Bar로 옮겨 못처럼 고삐가 풀리는 유쾌한 시간을 가졌다. 좋은 팀워크는 성공의 절반 을 차지한다는 말이 이번 산행에서도 느낄 수 있어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실로 오랫만에 푸근한 잠자리에 들었으나 새벽녘에 야생동물들의 울음소리 가 창문 바로 앞에서 들리는 것 같아 잠을 뒤척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숙소 밖으로 나왔으나 하늘은 아직 여명 도 보이질 않고 차갑고 상쾌한 공기가 가슴 한가득 들어오면서 숙취로 무거워진 머리를 맑게 해준다.
나는 울타리안의 우리에 있고 야생동물들은 광활한 대지에서 갇혀 있는 나 를 구경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잠시 생각해 본다.
우리는 일어나자마자 사파리 하러 출발한다. 야생동물들은 새벽에 움직임이 활발하고 뜨거운 한낮에는 활동이 뜸하다고 한다. 우리의 노련한 기사 겸 가이드는 하나라도 더 보여주기 위해 동물들의 동선을 따라 이곳 저곳 황야를 누비고 다닌다.
육식동물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무리지어 이동하는 수많은 누우,얼룩말, 톰슨가젤,임팔라 등은 가는 곳마다 흔 하게 볼 수 있었고 타조나 기린들도 보인다. 이욱고 누우로 보이는 동물을 잡아먹고 있는 사자 무리와 만난다.
기사는 우리에게 조용히 하라고 하면서 차의 시동을 끈다. 3마리의 사자가 열심히 ‘식사’를 하고 있는 동안 주위 에는 서너마리의 하이에나가 암전히 사자들의 식사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 남들이 사냥하고 먹다 남은 고기만 찾아 다닌다는 하이에나는 힘들게 사냥 하는것보다 손쉽게 살아가는 방법도 터득했겠지만 나름대로 직접사냥할 때는 협동심을 발휘해 큰 동물들도 잡아먹는 악랄하고 교활한 동물이다.
우리 주위로 사파리 차들이、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아마도 가이드들이 서로 무선으로 연락하는 것 같다. 우리는 다시 늪지대로 이동해 하마와 코뿔소를 멀리서 관찰한다. 사파리 할 때에는 망원경이 필수품으로 근접하기 어려을 때 사용한다. 자연 그대로의 야생동물을 긴장감과 생동감 속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사파리의 매력인 것 같다.
아프리카의 ‘Big 5’라고 하는 사자, 코끼리,버팔로,코쁠소,표범 중에서 아직 표범만 만나지 못했다. 우리는 다시 롯지를 향해 달린다. 이 곳은 우기 에만 호수가 형성되고 지금은 사막과 같은 건조지대라 멀리 하늘로 올라가는 회오리바람을 볼 수 있다. 맑은 날은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을 조망하면서 사파리를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곳이지만 애석하게도 구름이 끼어 볼수는 없었다.
곳곳에 육식동물들에게 희생당한 누우나 얼룩말 같은 동물들의 뼈가 수도 없이 널려있어 동물세계의 약육강식의 법칙을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롯지로 돌아와 늦은 아침을 먹 고 잠깐 휴식을 가진 후 마사이족 마을 을 방문하기로 했다.
(2009년 1월9일 발간 신년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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