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레 폴레…’ 천천히 내 몸을 고산에 적응시키면서 등반 시작 [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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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 국립공원에 가까이 오니 별로 경사진 길도 아닌데 차가 천천히 오른다. 나중에야 안일이지만 등산로 입구인 마랑구 게이트(해발 1970m)가 있는 곳까지 차량이동이고 거기서부터 등산을 시작해 오늘의 목적지인 만다라 산장(해발 2700m)까지 간다는 것이다. 그러면 미리부터 고소(高所)적응이 필요한 줄도 모르고 차량이 너무 느리다고 타박을 했으니… 그 조급증은 아마도 킬리만자로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 에서 그랬을 것이다.
그렇게 도착한 마랑구 게이트(사진)에는 많은 포터들과 가이드들이 미리 예약된 각국 등반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일행도 짐을 내려놓은 후 가이드를 찾았으나 아직 안 왔단다. 한참을 기다리고 다른 등반팀들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할 때 아브라함이라는 가이드가 왔다. 동서양 사람들이 서로 나이 가늠하기가 힘들다고 하지만 고생을 많이해서 그런지 필자보다 10년은 늙어 보이는데 오히려 48세라고 한다.
킬리만자로 등반은 히말라야와는 다른 까다로운 규정이 있다. 입산신고서와 입산료만 내면 끝나는게 아니고 하루 등산객을 60명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비시즌일 때는 상관없으나 성수기 (11월-1월)일 때는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이 먼곳까지 와서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또한 팀 당 가이드 1명 이상과 등반객 1인당 포터 1명 이상을 고용해야 하고 포터들의 짐은 15kg 이상을 넘으면 안 된다.
우리 일행은 메인 가이드 2명,서브 가이드2명,쿡 2명,포터 겸 웨이터 2 명,포터 8명 등 16명을 고용해 총 22 명의 등반팀이 됐다. 여기서 쿡은 산행 중 모든 식사를 책임지며 한국에서 가져온 반찬과 몇 가지 국과 찌개 등을 양식과 함께 아침 저녁으로 요리해 준다.
이번 산행에서 모든 식사는 이동식 인 점심을 빼 놓고는 다 마음에 들어 먹는 고생을 안 한 것이 천만다행이며 정상을 올라가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우리 팀의 수속도 끝나고 포터들을 먼저 출발시키고 우리도 드디어 산행시작이다.
출발해서 조금 지나 정글로 들어가자 서너명의 소년들이 몰려와 카멜레온을 들고 사진을 찍으라고한다.
그러나 웬지 그 소년들이 불량스러워 주저하고 있었더니 아브라함 이 소리 한번 지르자 다들 도망간다. 아직 아프리카에 적응이 안 된 것인지 아니면 피부색에서 오는 선입견 때문인지 걷는 동안 마음이 무거웠지만… 나중에 아프리카를 떠나면서 이 모든 것 을 날려 보낼 수 있었던 것이 이번 여정에서 얻은 또 하나의 귀중한 수확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정글지대를 통과하면서 원숭이가 보 이길래 ‘다른 동물들은 없느냐’고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낮에는 등산로 주변에서는 보기가 어렵다고 한다. 산행 시작 한지 1시간쯤 지나자 점심식사를 할 수 있게 노천 벤치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전 산행 일정 동안 점심도시락은 아침 출발할 때 미리 지급하고 메뉴도 거의 똑같았다. 닭고기와 삶은 계란,빵,과 일이었는데 위생상 고기와 빵은 너무 바싹 튀겨 딱딱하기까지 했고… 이 곳 에서 너무 배부른 소리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첫날부터 알았지만 가이드들은 점심을 먹지 않았다. 아니 안먹은게 아니고 점심준비가 없다는게 맞은 표현이다. 그걸 알고는 점심과 모든 간식을 가이드들과 똑같이 나눠먹기 시작했다. 그것이 우리가 조금 더 가지고 있다는 자만심이 아니엇길 바라지만 그들 또한 당연함에서 오는 생활의 일부가 아니길 생각해 본다.
식사도중 비어있는 옆 테이블에 한 팀이 와 앉으면서 인사를 하길래 필자가 무심결에 ‘Hi mate’ 하니까 놀라면서 쳐다본다. 알고 보니 호주에서 온 트레킹팀들이었는데 반가워 하면서 어디서 사냐,누구랑 왔냐,일정이 어떻게 되느냐 등등 물어본다. 간혹 해외 여행 지에서 호주사람 만나면 서로 ‘mate’ 하면서 뭔가 통하는 느낌이 드는 건 왜 일까… 호주팀들과 우리는 산행일정이 거의 같아 자주 마주쳤는데 만날때 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점심을 끝내고 정글지대를 빠져 나와 급경사를 오르니까 전망이 트이면서 오늘의 목적지인 만다라 산장에 도착했다. 오늘 하루에 고도를 2700m 까지 오른 것 은 무리인듯 싶지만 오늘도 내일도 "폴레 폴레" 하면서 조심해야 될 것 같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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