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limanja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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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롬보 산장에서 본 운해는 마치 그림엽서을 보는 듯하다" [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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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일차: 호롬보 산장(3720m) - 제브라록(4200m) - 호롬보 산장.

 

        아침에 일어 나니 얼굴이 푸석푸석 하고 부어 있는 것이 고산병이 시작되는건 아닌지 께름직하지만 별일 없겠지 했다. 어제부터 고산병 예방약의 일종인 ‘다이아막스’를 한알씩 복용하고 있다. 이 약은 소변을 자주 보게 하는 이뇨제인데 물을 많이 마시기 위해 사용한다.

아침에 호롬보 산장에서 보는 운해 (雲海)는 멋진 한 장의 그림엽서를 보는 듯하고 마치 내가 구름 위에 두둥실 떠있는 기분이다. 고산병예방과 적응훈련차 해발 4200m 지점인 제브라록(Zebra Rock)까지 갔다가 내려와 호롬보 산장에 다시 하룻밤을 자는 일정이다.

느지막이 아침식사를 하고 여유있게 출발한다. 제브라록 코스는 키보봉으로 가는 주등산로에서 오른쪽 마웬지봉이 있는 방향으로 경사진 길로 올라 가는 데 오늘도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한 발 한 발 을라간다.

날씨가 흐려 키보봉과 마웬지봉이 구름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주변 에 ‘시네시오’가 많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신비감을 더해 준다. 기온이 많이 내려가 보온에 신경을 써야한다. 해발 4000m가 넘으니 숨이 차기 시작하고 2시간 걸려 도착한 제브라록은 조그마한 바위산으로 얼룩말 같은 무늬 를 하고 있어(사진) 그런 명칭이 붙었나 보다. 이 곳에서 간식을 먹고 점심은 산장으로 내려가 먹을 예정이라,아무 래도 늦은 점심이 될 것 같다.

어제부터 독일에서 왔다는 50대 중반 의 남매(처음에는 부부인줄 알았지만) 와 같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걷고 있다. 인생의 절반쯤 해서 부부도 좋지만 이렇게 형제나 남매가 단둘이 먼곳까지 여행을 한다는 것이 너무 좋아 보인다.

 

산행에서  무슨 특별한 기술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지켜야 할 에티켓은 있다. 걸을 걸을 때에는 왼쪽으로 걷고 좁은 길에서는 내려오는 사람 에게 먼저 양보해야 하는 정도는 알고 다니는게 좋지 않을까?

제브라록을 지나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주능선을 두개 넘으니 키보봉 가는 길이 나온다. 이 곳서부터 찌뿌듯한 날씨가 기어코 빗방울을 뿌려 대기 시작 한다. 높은 산의 날씨는 예측불허지만 킬리만자로에서는 대체로 오후에는 비 가 자주 오기 때문에 산행을 일찍 시작 해 빨리 끝내는 것이 좋다고 한다. 어 쨌든 필자는 뼈속으로 스며드는 한기를 느끼면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식사 때도 지나 배도 출출하고 으슬으슬 추워지기 시작한다.이럴 때엔 얼큰한 찌개에 소주 한잔 걸치면… 생각만 해도 침이 꿀꺽 넘어간다. 히말라야 트레킹 때에는 가는 곳마다 ‘락씨’(네팔의 전 통술) 한 잔씩 하는 재미도 있었는데…. ‘ 배낭 속에 꼬불쳐 둔 비상용 위스키가 있기는 한데,한 모금 마셔볼까? 참아야겠지? 나이 많은 내가 모범을 보여 야지…’

이럴때 에는 혼자 다니는게 좋다. 일정도 내 맘대로 할 수 있고,가다가 힘 들면 쉬면 되고,또 힘 들면 하루 더 묵고 산이 항상 그 곳에 있으니 난 들 뭐가 그리 급할 것도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해 떨어지면 을씨년스런 산장에서 혼자 홀짝거리는 ‘락씨 ’가 주는지독한 외로움 속에서 아내와 아이들 생각에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었다. 나중에는 산속에서의 고독이 그리워 다시금 아내의 핀잔을 들으며 배낭의 먼지를 털어내곤 했다.

인간은 외로워지지 않으려고 사랑하고 타협하며 어울려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혼자서 외롭지 않고 충분히 살수만 있다면 왜 치열하게 경쟁하며 부대 끼고 살아가고 있을까?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내려온 산장에서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몸을 추스리고 늦은 점심을 먹는다. 식당에서 호주팀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대원중 한명이 고산병으로 힘들어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일행중 한사람도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머리가 아프다며 고산병의 초기 증세를 보이고 있다. 별 탈 없이 안전한 산행을 할수 있기를 기원 해본다. 필자도 맥박과 심장 박동수를 체크해 보았지만 아직까지 정상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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