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bet Everest

불과 한 시간 만에 영혼은 하늘로,육체는 자연으로 [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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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용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99회 작성일 22-06-12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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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독경을 해줄 라마승 3명과 장례를 집행할 사람 (티베트어로 "돔텐") 5명이 도착했다. 그 중 돔텐들이 끔찍해 보이는 연장들을 꺼내 정리하고 숫돌에 가는 모습이 섬뜩해 보인다. 

 

이윽고 라마승들의 독경소리 속에서 장례를 치르는 이들이 시신을 꺼내어 바위위에 놓았다. 그 바위는 필자가 서 있는 곳에서 불과 6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자세하게. 보였다. 필자의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괜히 왔나 싶은 후회도 들고, 눈을 감을까 말까 하는 갈등 속에서, 조장 낌새를 알아차린 독수리들아 필자 뒤로 새까맡게 몰려와 있었다. 살이 피둥피둥 찐 대머리 독수리들은 몸짓만도 엄청난 크기였고  또한 그 수많은 무리는 필자에게 또 다른 공포감을 주었다. 

 

돔텐들이 시신을 정리하는 동안 독수리떼가 성급하게 덤벼 들지 못하도록 우리에게 막고 있으라고 한다. 옷을 벗겨 놓은 시신은 젊은 남자였으며, 유족은 형과 친구들 같았다. 독수리 들을 막기 위해 돌아서는 순간 피 비린내가 코를 찌르고, 그 때 부터 기다리고 있던 독수리떼가 덤벼들기 시작한다. 지금부터의 상황은 너무 참혹하기 때문에 본 그대로 옮길 수가 없을 듯하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돔텐들이 1차로 살을 발라 내어 독수리가 먹기 좋게 토막내 던져주고, 2차로 뼈는 짬파(티베트인 들의 주식인 보릿가루)와 함께 짓빻아 준다. 구름 한점 없이 파란 하늘과 설원 위에서 펼쳐진 독수리들의 아비규환도 끝나고 떠나면 다시 까마귀가 날아와 먹고 난 다음에는 참새떼가 몰려와 남은 찌꺼기를 깨끗이 청소하자 1시간 반만에 시신 한구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장례집행 내내 라마승들의 독경소리에 필자도 죽은 이의 영혼이 극락왕생 하기를 빌어본다. 말이 통하면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이라도 전했으면 좋겠지만 대신 얼마간의 돈을 돔텐들에게 주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알고보니 조장터 안에있는 외부인은 우리일행 뿐이며

차마 가까이 에서 볼수 없었는지 50~ 60미터 덜어진 산 능선 위에서 보고 있었던 것이다.

장례가 모두 끝나고 돌아가는 우리일행들은 충격이 컸는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당혹스럽고 참담했던 마음은 조금씩 가라 앉았지만 시체의 살을 발라내던 그 모습은 오랫 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라싸'주변에는 크고 작은사원이 무수히 많다. 한때는 승려수가 1만 명에 달했다는, 명실공히 세계에서 가장 큰 사원인 '드레풍'사원도 '라싸' 주변에 있어 가보았다. 

이 사원에 있는 부엌의 밥 짓는 솥을 보면 어른 여럿이서 들어 앉아 목욕을 할 만한 어마어마한 크기이다. 

또 고소적응을 위해 찾은 간텐사원(해발 4,300m)은 자동차로 3시간 거리인데,필자가 찾은 날은 탕카 축제가 있는 날 이어서 운좋게도 라마승들의 장엄한 종교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승려들의 화려한 의관과 가사는 흥미로웠고, 장중하게 울리는 독경소리는 이방인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이 의식을 참석하기 위해 멀리서 온 순례자와 민초들은 준비한 먹을거리를 놓고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있지만  허기진 필자는 아무런 준비가 없어 그곳에서 파는 툭바(티베트 전통국수) 한그릇을 시켰으나 도저히 먹을 수가 없을 정도로 입에 맞지 않아 하는 수 없이 티베트 전통주인 ’창’을 한통이나 마셨다. 대낮에 마신 술기운이 올라 그냥 맨땅에 누워 버렸다. 

 

누구나 한번쯤은 햇살이 따가운 대지에 누워 하늘을 보면서  그리운사람 생각이나  아무 이유없이 허무하고 슬픈 마음. 또는 흘러가는 구름처럼 어디론가 훌쩍 가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을 것이다.

 

필자도 술기운에 지쳐 누운채 바라 본 하늘에서 문득 나는 왜 멀리 이 티베트에 와 있는 것일까, 히말라야는 도대체 나에게 있어 무엇인가. 저 깊은곳 한쪽에서 꾸물거리며  올라오는 알수없는 슬픔이 나를 휘감았다.

 

빈 속에 마신 탓인지, 아니면 고소증인지 어질어질한 기분이, 어쩌면 대마초를 흡입했을때 느끼는 기분이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바로 눈 앞에서 티베트 아낙이 야생대마를 빻아 가루로 쌓아놓고 팔고 있었다.  

간텐사원 으로 오는 순레자들이 먼지 풀풀 날리는 맨땅에서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저들은 무엇을 저리 간절하게 염원하는 것일까? 육체적인 고통으로 부처님에게 한발 더 다가갈수 있다는 것일까. 

 

축제의식이 끝나고 돌아가는 민초들의 발걸음 속에 삶의 고단함이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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