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 캠프서 한국 원정대 엄흥길 부대장과 해후 [1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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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용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41회 작성일 22-06-12 22:40본문
설상가상으로 소변이 보고싶어 천막 밖으로 나가고 싶지만 얼어 죽을 것 같아 참고 있자니 여간 고통이 아니다. 머리가 아파왔다. 이 밤은 정말 악몽 그 자체였다.
새벽은 아직 멀었지만 하는수 없이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천막을 나서 바라본 하늘은 내가 처한 고통과는 달리 환상적이었다. 머리 바로 위로 쏟아질것처럼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그리고 저멀리 달빛속에 만년설을 이고 있는 에베레스트가 잠시나마 추위와 고통을 잊게한다.
날이 밝으려면 아직은 멀었지만 화로에 .불을 지핀다음 챙겨갔던 인스턴트 야채죽과 티베탄 버터차로 대충 아침을 때우고 햇살이 비추기를 기다렸다가 B.C에 있는 언덕위로 올라갔다.
이 곳은 쵸르텐(돌탑)을 세워 타르초와 릉다가 펄럭이고 있고 에베레스트가 바로 눈앞에 보여 사진촬영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
필자가 사진촬영을 하고 있는데 먼 발치에서 원정대 복장을한 건장한 사람들이 올라오며 “안녕하십니까?” 하고 한국어로 인사를 하기에 어떻게 된일인가 물으니 여기서 윗쪽 으로 30분 거리에 한국원정대 캠프가 있고 이 곳의 한국 남자가 한국원정대를 찿고 있다길레 내려온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얼른 엄흥길 부대장 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대원 한 명이 "지금 껏 ABC(전진 캠프)에 있다가 어제 마침 BC에 내려와 있다고" 말하는게 아닌가
그 말을 듣는순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엄 부대장을 만나기를 바랬지만 그것은 힘든 일이고 대원이라도 만나면 다행이다 싶었는데…
사실 일정으로 봐서는 지금쯤 한창 정상공격을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전부터 날씨도 안좋고 눈사태가 심해 대원들의 컨디션과 장비도 점검할 겸 이곳 B.C까지 내려와 쉬었다가 다시 정상 공격을 할것이라고 말하기에 한걸음에 달려갔다. 그러자 자고 있던 엄흥길씨가 필자를 맞 으러 달려 나왔다.
필자가 이 곳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에서 만난 엄흥갈씨가 누구던가. 그는 한국 산악계의 독보적인 존재로서 전세계 산악인들이 인정하는 산(山 )사람이다.
전에도 언급 했듯이 세계 8000m 급 고봉 14개를 모두 등정한 산악인이다. 필자와의 인연은 1989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에베레스트 남서벽 원정대장이었던 친구 박영배씨의 히말라야 도전을 필자가 후원했고 이때 엄홍길씨는 원정대 대원으로 처음으로 히말라야에 입문할때 만나게 된것이다
이때 맺은 인연으로 가깝게 지내왔으나 나는 몇년후에 호주로 이민을 오고. 엄씨는 꾸준한 노력과 활동으로 세계 최고봉 14좌 등정이라는 기록을 세워 한국 산악계에 우뚝선다. 각설하고,엄 부대장과 필자는 얼싸안고 ‘꿈이냐 생시냐’ 하는데 전대원이 나와 필자를 환영해 준다. 다함께 늦은 아침식사를 하고나니 엄부대장이 선배님과 회포를 푸는 자리에 술이 빠지면 되겠냐면서 쿡에게 술상을 준비시킨다. 필자도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후배인지라 감회가 새롭다. 공격대장 김남일씨,팀닥터 장박사님,방송담당 김 PD 등 여렷이서 소주와 돼지고기볶음 그리고 야크 고기까지 정말 푸짐한 술상에 “멀리 호주에서 이곳까지 오신 선배님을 위해” 정상정복후 축하주로 쓰려던 레드와인까지 내어놓는 후배가 여간 고마운게 아니었다. 그 동안의 밀린 회포를 풀다보니 시간이 금세 지나고 이제는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일어서려 는데 날씨가 흐려지더니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더 내리기 전에 하산해야 할 것 같다.
엄 부대장은 B.C 원정대 캠프에서 하루 더 지내고 내려가 라고 붙잡았지만 이틀씩이나 이 곳에 있다보면 차량렌트 등 다음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게 되고 특히 이대로 눈이 계속 내린다면 하신길이 막혀 사고 위험이 커지므로 이만 하산하기로 했다.
이런 사정을 익히 헤아린 엄 부대장은 더이상 만류하지 못하고 자신의 캐리커쳐가 그려져 있는 손수건에 원정대원들의 사인을 한후 필자에게 기념선물로 주었다. 그리고 후원사인 시드니〈한국신문〉회사 깃발을 들고 전대원이 기념촬영을 한뒤 아쉬운 작별을 했 다
.
다음에 기회가 주어지면 꼭 같이 산행을 하기로 약속하고 돌아서 내려오며 한국원정대의 에베레스트 등정이 성공하기를 기원하면서
모든 대원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귀국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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