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륜구동 "끝내 고장",국경으로 가는 트럭 얻어타 [13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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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용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54회 작성일 22-06-12 22:59본문
카르마가 오랜시간 동안 수리했다는 자동차는, 처음에는 기세 좋게 달리면서 우리의 걱정을 일소시키는듯 했다. 그런데 한 30분쯤 달렸을까? 갑자기 덜컹거리더니 그대로 멈춰 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아예 시동초자 걸리지 않았다. 카르마가 두손을 들며 이젠 갈수가 없다고 선언했다. 기어이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만것이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흙먼지만 날리는 황야에서 이러지도 저려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지나가는 차도 보이지 않았다. 시간상 국경까지 가는 차는 팅그리에서 일찍 출발했던 것이고 게다가 우리는 차를 수리하느라 ‘구쵸’ 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했기에 늦은시간에 지나는 차를 기다리는 것은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이제는 오늘밤 안으로 국경을 넘어 카투만두까지 가는게 문제가 아니라 국경 마을인 "장무"까지 가기만 해도 다행이다 싶었다.
한참을 기다리는데 저 멀리서 트럭과 미니버스가 온다. 무조건 세워 태워 달라고 하니 영국인 한명이 내려오며 자가 일행은 시사팡마(8012m) 원정대라 국경으로는 안간다며 미안하단다. 차를 보내고 다시 두어시간 지나 정오가 됐지만 그 때까지 아무것도 먹은게 없는 우리는 간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다시 지나는 차를 기다렸다.
황량한 벌판에서 불어오는 흙먼지를 막아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물론 차안에 들어가 있으면 되겠지만 답답함을 참지 못하는 필자는 그냥 밖에서 흙먼지를 맞으며 기다리기로 했다. 이제 지나는 차가 없으면 걸어서 두시간정도 걸리는 "구쵸'마을 까지돌아가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을때
‘화물차 하나 가 짐을 가득 싣고 오는게 보였다. 이번에도 무조건 일단 세웠다. 하늘이 도운 것일까. 국경 마을인 장무까지 간다고 하는데 트럭 운전사와 대화를 하는 카르마의 얼굴 표정이 밝지 않다. 화물 트럭 운전사가 중국인인데 우리 운전기사인 카르마에게 무리한 액수의 돈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하긴 우리의 약점을 봤으니 약삭빠른 중국인 운전사가 많은 액수를 요구할 수밖에. .그러나 필자가 누구던가. 히말라야 오지에서 산전수전,공중전까지 겪지 않았던가 필자는 작전을 바꾸기로 했다. 일단 카르마에게 호통을 치며 “이 화물차를 타려고 했으나 운전사가 하는 말이 기분 나쁘고,
또 이런 고물차 를 타고 험한 산길을 갈수 없으니 차라리 구쵸로 돌아가겠다” 고. 그러면서 내일 다시 가자고 하자 말을 알아들은 중국인 운전사가 꼬리를 내린다.
하긴 자기네들도 어차피 가는길에 차를 태워 주기만 하면 돈이 생기는데 이 트럭 운전사 녀석이 너무 속을 드러내 불쾌 했지만
그런대로 반값에 흥정을 끝내고 이제는 카르마와 헤어질 시간이다. 일주일간 같이 지냈던 정이 있어 못내 섭섭한 마음이다.
비록 계약 했던 국경까지는 못갔지만 약속한 금액에 보너스까지 주자 받기를 주저하며 오히려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인다. 그것이 세상사는 사람들의 마음일진대… 사실 호주에서 AS100이 우리에겐 그리 크지는 않지만 이들에게는 많은 액수이다. 울먹거리는 카르마를 보며 차 한대 장만해서 두 딸 과 행복하게 잘 살기를 빌어본다. 손을 흔드는 카르마를 뒤로하고 화물차에 오르니 필자에게 조수석 뒤칸으로 들어가란다. 자기네들은 필자를 생각해 편안하게 누워가라는 것 같다.
운전기사와 조수가 번갈아 잠을 자는 이 뒷칸에는 이불이 깔려 있는데 세탁 한번 안했는지 더러운 것은 고사하고 퀴퀴한 냄새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하는수없이 다시 앞으로와 운전기사와 조수 사이에 끼어 앉자 싫어하는 눈치다. 싫어해도 어쩔 수 없지… 돈을 주고 탄 것인데.
사실 팅그리에서 장무까지의 우정공로는 히말라야를 넘어가는 길로 경치가 환상적이어서 뒤에 누워 있으면 아무것도 볼수가 없고 앞좌석에 앉아야 그 경치를 감상할수가 있다.
쵸오유(해발 8201m)의 멋진 풍경을 뒤로한 채 짐을 가득 실은 트럭은 있는 힘을 다해 지그재그로 된 오르막 길을 힘겹게 오른다. 이 때부터 히말라야의 막내뻘인 시사팡마 (8012m)가 오른쪽으로 손에 잡 힐 듯이 보이고 마침내 티베 트에서 가장 높은 고개인 라릉라(해발 5200m)에 도착하니 중국인 운전사가 차를 세워 사진 촬영을 하게 해 준다. 세 찬 바람에 펄럭이는 오색의 탈쵸,룽다와 전면에 파노라마 처럼 펼쳐지는 히말라야의 설산들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경치를 보여준다.
우정공로를 오고가는 차량들은 라룽라에 잠시 멈춰 장대한 히말라야를 조망하는게 이 길이 주는 최고의 기쁨이다. 라릉라 고개라고 하지만 말이 고개지 황량한 벌판 위에 표지석만 있을 뿐이다. 이곳은 어짜나 바람이 세게 부는지 사진촬영을 하는동안 몸이 흔들려 서있기도 힘들다. 이곳을 기점으로 이제부터는 국경까지 내리막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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