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apurna Base Camp

"3,000m 고지를 넘으면서 일행 중 두 명이 탈진했다... 걱정이다" [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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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용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05회 작성일 22-06-05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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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한 각오로 오르는 이와 홀가분하게 내려가는 이가 마주치는 롯지


제5일차 트래킹

 Himalaya (2650m) 〜 DeuraIi (3000m) 〜 Machapuchare Base Camp(3700m) 


매일 아침 보조가이드 ‘쑨 ’이 모닝티를 가져와 우리를 깨운다. 아침에 일어나 느끼는 싸늘한 냉기는 정신을 맑게 해준 다.


오늘 산행은 드디어 3000m 고지를 넘는 날이다. 아직 까지는 일행들이 별 탈없이 잘 따라 왔지만 어제 오후부터 최유준 친구의 산행속도가 급격히 떨어져 걱정이다. 출발하기 전에 본인도 불안한지 ‘비아그라' 반알을 먹는다. 요즈음 고산병 예방약으로 혈관을 확장시켜준다는 ‘비아그라’를 선호한다. 전에는 이뇨제인 ‘다이아막스'를 주로 사용했는데 세월이 가면서 약도 달라지는가 보다.


길을 나서자 바로 오르막길이 나오고 평탄하다 싶으면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다 보니 1시간20분만에 힌코 케이브(Hinko Cave 2950m)’에 도착했다. 길옆으로 거대한 바위 아랫부분이 깎여나가 악천후때 잠시 피할수 있어 지도에는 나와 있으나 현지에는 아무런 표시도 없다. 여기서 왼쪽 언덕위로 롯지가 보이면서 산 사태가 난 비탈길을 내려와 다시 한번 오르니 데우랄리 (Deurali)다. 여기서 부터 해발 3000m가 시작된다. 도착 시간이 오전 9시20분이라 간단한 요기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고소적응을 하기로 했다.


이 곳은 오르고 내려가는 사람들로 약간 소란스럽다. 롯지 에 앉아서 보면 오르는 사람들은 힘들고 비장해 보이며 내려가는 사람들은 해냈다는 성취감에 홀가분해 보인다. 물론 올라갈 때 내려가는 사람들이 제일 부럽다. 그러면서 힘들게 산은 왜 올라가는지 • • •


데우랄리를 출발해서 급경사를 하나 넘어 내려가니 모디콜라 옆으로 풀밭길이 나온다. 오랜만에 만나는 쉬운 평지길도 잠시,오전내내 흐려있던 날씨가 빗방울을 뿌리기 시작한다. 레인재킷을 꺼내 입었는데도 아래서와는 달리 기온이 내려가 후덥지근하지 않아 걷기에 딱좋다.


그러나 최유준이 걷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면서 너무 힘들어 한다. 아무래도 무리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일행 모두를 앞으로 보내고 최유준 과 단둘이 가면서 보조를 맞춘다. 한시간만 더 가면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BC)에 도착 하고 시간 여유도 많으니 천천히 걸으라고 말했다.


힘 들어 하는 친구에게 용기를 불어 넣고 있는데 사십 후반과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 는 한국인 모녀가 내려오며 인사를 한다. 오늘아침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를 출발해서 뱀부 까지 갈 예정이라고 야무지게 생긴 딸이 말을 건넨다. 모녀 단둘이 가이드와 포터를 고용 해 트래킹을 한다는게 정말 대견해 보인다. 한편으로는 어지간히 산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 한 피치만 오르면 오늘의 종착지인 MBC(3700m) 다 . 여기서는 마차푸차레 (6993m)의 검은 암벽이 바로 코앞에 보이면서 정상 부근의 지형이 손에 잡힐 듯 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감상할 여유도 없다. 최유준의 얼굴색이 심상치 않다. 힘들게 롯지에 도착하자 바로 쓰러진다.


나는 재빨리 고소병인지 아니면 ‘하이포서미아’(탈진에서 오는 저체온증)인지 진단을 해서 거기에 맞는 처방을 해야 한다. 전형적인 ‘하이포’ 증세다. 우선 신발을 벗기고 팔다리를 주물러서 혈액순환을 돕고 우모복을 입혀 침낭 속에 뜨거운 물통 두개를 넣고 누인 다음 우황청심환과 열량이 높 은 양갱과 초콜릿을 먹였다. 최유준을 한참 돌보고 나니 박동희가 와서 “형님! 집사람 한테 가보세요” 한다. 놀라서 가보니 꼼짝하지 않고 누워 있다. 고소병 초기다. 이때는 가만히 누워 있는 것보다 적당히 움직이면서 적응을 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자 안정을 되찾아 다행이다.


일행들에게 내일 일정이 새벽 4시에 ABCS 출발할 예정 이라고 설명하면서 최유준에게 무리일 것 같으니 MBC에 남아 있는게 어떠냐고 묻자 굉장히 섭섭해한다. 그 동안의 건강을 생각해보면 여기까지 올라 온것도 큰일했다고 생각한다. 그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으나 잠을 잘때 가볍게 코를 고는걸 들으니 마음이 조금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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