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apurna Base Camp

마음으로 느끼지 못하며 보는 경치는 허상일 수 밖에 없다 [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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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용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85회 작성일 22-06-05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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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mboo서 만난 한국시각장애인을통해 트래킹의 '참 의미’ 깨달아


트래킹 4일차,  Sinuwa (2360m) 서  Bamboo (2310m) 〜 Dobhan(2600m) ~ Himalaya(2920m)


아침에 일어나 쓰러진 술병들 을 보고 놀랐지만 상쾌한 기분에 몸이 가뿐하다. 북어국으로 속을 풀고 시누와를 출발한 길은 한동안 완만하다가 울창한 랄리구라스숲을 지나면서 체크 포스트가 있는


Khuldigar(2350m)에 도착했다. 체크포스트는 입산허가증 검사도 하지만 비수기 트래킹 때 숙소나 등산로 상황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꼭 알아보고 떠나야 한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모디콜라는 울창한 숲에 가려 보이지는 않지만 까마득한 절벽 아래 흐르고 있어 상당한 고도차이를 느낀다. 여기서부터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긴 내리막길을 계곡(모디콜리) 바닥까지 내려와 계곡의 강바닥을 타고 오르는 길이 안 나푸르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끄러운 길을 힘들게 내려오니 폭이 좁아진 계곡 옆에 대나무숲이 많다고 해서 붙여진 Barnboo(2310mM)에 도칙했다 롯지를 들여 다 보니 바닥에 대나무 깔개가 깔려 있는게 깨끗해 보인다.   

잠시 목을 축이고 오른 쪽으로 흐르 는 모디콜라 를 두고 대나무숲을 지나가는데 충북지방에 서 왔다는 한국 트래커 그룹이


내려온다. 세련된 등산복장들이 우리나라 사람임을 알수 있다. 한국은 십여년전부터 등산붐이 일어 해외 유명브랜드는 다 들어와 있으며 싸고 질 좋은 등산복과 장비들로 넘쳐나고 있으니 한국 등산인들은 복받은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안나프루나 BC 상황 을 물어보니 ‘베이스 캠프에서 날씨가 나빠 아무 것도 보질 못 했다’고 한다. 이런 애석한 일이 있나- 하여간 히말라야는 날씨가 모든걸 결정하니까… 우리도 운에 맡기는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룹의 뒤 쪽에 중년 부부로 보이는 커플 중 남자가 여자의 안내를 받으며 내려온다. 자세히 보니 이럴 수가… 남자분이 시각장애인이 아닌가 대단 하다는 생긱도 잠시 잔잔한 감동이 몰려온다.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일행에게 뒤쳐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내려가는 뒷모습에 마음속으로 경의를 보내며 올라가는 내내 생각에 잠겼다. 

 

과연 우리가 보는 히말라야의 경관이 무엇이란 말인가 마음으로 느끼 지 못하면서 보는 경치 는 하나의 허상일 수 밖에 없다 저 사람은 악전고투 속에 히말 라아에 을라 비록 아무것도 볼 수 없어도 온몸으로 느끼는 감격과 희열은 우리보다 열배,아니 수천배가 될것이다. 온몸으로 느끼는 히말라야를 다시 한번 일깨워 준 그 분의 앞날에 행운이 있길 바라며 걷다보니 11시40분 에 Dobhan(242Qm) 에 도착했다. 

 

도반에서 중식 을 끝내고 완만한 경사를 오르자 숲 을 벗어나면서 시야가 확 트인다.

모디콜라의 깊은 협곡을 이루는 산사이로 히운출리와 마차푸차레가 한층 더 가까이 보인다. 양쪽으로 보이는 깎아지른듯한 산사면엔 어김없이 크고 작은 폭포들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하곤한다. 개중에는 백여미터가 넘는 크고 장대한 폭포들도 눈에 된다.


한국에서 이 정도면 멋진 이름이라도 있을텐데 여기선 하도 흔해서 그런지 변변한 이름 하나 없다. 올라가며 이름 하나씩 지어준다. 비룡폭,선녀폭 .설악산의 폭포 이름 하나씩 따다가 붙여준다. 아..설악에 가고 싶다. 히말라야 속에서 불현듯 설악이 그리워지는 이 아이러니는 아마 산도 산이지만 그 시절 산친구들이 생각나서 그 때로 돌아가고 싶은 거겠지.


왼쪽으로 산허리를 지나자 산 사태로 무너져 내린 지류를 건너 도반을 떠난지 2시간만에 히말라야 롯지에 도착했다. 히말라야 여러 곳을 다녔지만 지명을 히말라야로 쓰는 롯지는 처음 봤다. 별로 ‘히말라야스럽지 도’ 않으면서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바라보는 일몰은 감동 그 자체 였다. 계곡으로부터 올라오는 어둠속에서 한 순간 석양빛을 받아 반짝이는 마차푸차레의 만년설 은 도무지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저녁식사를 하러 홀로 내려 가니 벌써 많은 트래커들이 넓은 탁자에 빙둘러 앉아 있다. 대부분의 트래커들은 롯지의 메뉴를 보고 주문한다. 우리처럼 요리사가 식량을 가지고 다니면서 직접 해주는건 흔치 않다. 주방보조 둘이 밥 .국 .찌개에 반찬까지 식탁코너에 가득 올려 놓으니 홀에 있던 트 래커들이 신기하거나 부러워서 한마디씩 한다. 반주 한잔에 취기가 오른 최유준의 유쾌한 농담 속에 독일에서 왔다는 옆 팀들도 같이 즐거워하면서 하루가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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