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장엄한 모습에 북맏처 오르는 감격과 경건함으로 정화" [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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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용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90회 작성일 22-06-05 23:50본문
안나푸르나 베 이스캠프서 바라 본 일출은 희열을 느끼게 해
제6일차 트레킹
MBC(3,700m)~ABC(4,200m)〜MBC〜Dovan (2,420m)
새벽 3시반에 일어나 뜨거운 차와 잣죽으로 요기한뒤 가이드 ‘ 람바부’ 와 보조가이드 ‘쑨남’,그리고 필자와 박동희-최명애씨 부부 이렇게 5명이 출발한다. 다행히 최명애씨는 고소병이 가라앉아 같이 가겠다고 한다. 이석우 후배는 최유준을 돌보기 위해 남았다.
영하로 떨어진 기온으로 물은 다 얼었고 처음으로 내복에다 파일자켓 위에 방한복을 입고 두꺼운 장갑까지 완전무장 을 했으나 차가운 한기가 여지 없이 비집고 들어온다. 올려다 본 하늘엔 희미한 별빛에 싸라기 눈발이 날린다. 일기불순으로 만약 힘들게 올라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에서 아무것도 볼 수 없다면 얼마나 속이 상할까…. 그러나 산날씨는 수시로 변하는 법이니 운 에 맡길 수 밖에….
헤드 랜턴을 밝히고 한발 두발 어둠 속을 걷는다. 야간 산행은 발밑만 보고 걷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 진다. 처음에 빠른 걸음으로 페이스를 잃었다가 바로 찾는다. 필자는 야간산행을 좋아했었다. 보름달이라도 떠 있을때 달 빛이 환한 능선길을 걸으면 또 다른 산행의 묘미를 느끼곤 했다. 특히 젊은시절엔 ‘밤바위 ’(달빛 밝은 밤에 하는 록크라이밍) 를 즐겨했는데 지금은 그런 낭만을 느낄 수가 없다.
차가운 강풍이 온몸을 휘감으며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느끼는 무력감은 내딛는 발걸음을 더 무겁게 만든다.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MBC)와 ABC 구간은 오후에 간혹 강풍이 심하게 부는 곳으로 눈발이 날리면서 시야 확보도 어렵고 심한 추위에 체력 소모가 심해 겨울철 에는 오후 산행을 자제하는것이 좋다. 최명애씨는 털장갑을 꼈으나 바람이 심해 손이 무척 시린지 스틱도 잡지 못하고 고생을 한다.
새벽 4시에 출발해 가파른 언덕을 넘어 수목 한계선을 지나자 저멀리 완만한 경사위에 ABC의 롯지 불빛이 보인다. 다시 한시간 정도 걸으니 비로소 주위의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오른쪽에 있던 마차푸차레가 뒤에 서있다. 그리고 히말라야 설산들 사이로 깎아지른 절벽을 수직으로 세운 안나푸르나 남봉 (7,219m)의 동쪽 사면이 눈에 들어왔다.
6시20분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130m)라고 쓰여진 이정표 앞에 도착했으나 전망이 좋은 롯지(4,200m)까지는 조금 더 올라가야 한다. 일출을 보기위해 서둘러 올라가니 벌써 많은 트래커들이 일출을 기다리고 있다.
롯지의 그늘에는 얼음과 녹지않은 눈들이 그대로 있다. 빙하의 퇴적층이 쌓인 언덕뒤로 모래지대와 빙하지대가 끝없이 펼쳐지고 보기에도 위협 적인 크레바스가 그 누구의 발길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기세로 버티고 있어 공포를 느끼게 한다. 하늘엔 구름이 끼였으나 시계는 좋아 히말라야를 조망 하는데는 문제가 없다.
드디어 안나푸르나 남봉 정상에 설연이 날리면서 붉은 햇살이 살짝 비치고 지척에 있는 듯 히운출리(6,441m) 타르푸출리 (5,663m) 강가푸르나(7,485m) 안나푸르나 3봉(7,855m) 마차푸차레(6,993m)와 크고 작은 설산들이 파노라마를 이루면서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이 왜 *Annapurna Santuary’(안나푸르 나의 성스러운 곳)이라고 불리는지 알것만 같다. 이렇게 하얀 설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장엄한 모습에 가슴 깊은 곳에서 복받쳐 오르는 감격 과 경건한 마음이 우리를 정화 시켜 주는것같다.
이 순간의 희열이 그동안 힘들게 올라왔던 모든걸 보상해 주며 또다시 히말라야를 찾게 해주는 원동력이 아닐까…
같이 오지 못한 친구 최유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우리는 한시간 정도 머물며 기념촬영을 끝내고 내려오면서
아쉬운 마음에 돌아보고 또 돌아본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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