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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전통차 "찌야" 에 빠지면 히말라야에서 계속 마시게 돼 [1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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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용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23회 작성일 22-06-06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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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영혼이 쉬어 가는곳 히말라야 밤하늘의 별빛에 모든걸 던지고 싶다

 

 제6일차 트레킹 

 

항상 산행은 올라갈때보다 내려갈때 더 조심해야 한다. 사고율도 하산길이 더 높다. 필자도 내색은 안했지만 오래전에 수술했던 오른쪽 무릎에 이상신호가 오면 스프레이 파스를 뿌렸다. 이틀전 머물렀던 히말라야 롯지를 지나 도반까지 계속 강행군한다. 오늘은 너무 힘 든 날이다. 거의 12시간을 산행 하며 해발 2,000m를 내려왔으니… 이 나이에 죽기살기로 산 을 다니는것도 아닌데… 어떻든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오후 늦게 도반에 도착했다.

 

최유준이 멀정한 얼굴로 맞이해 주는게 너무 고맙다. 떠나올때 최유준씨 부인이 필자에게 절대 무리하지 말고 건강하게 다녀오라고 당부했던 말이 떠오른다. 어제는 MBC에서 손발도 못씻고 잤으나 여기서는 돈을주면 뜨거운 물을 쓸수있어 대충 씻고나니 살만 하다.

 

저녁식탁에 둘러앉아 어제 밤의 꿀꿀했던 기분을 날려 버리려는듯이 ‘락씨’에 덤으로 네팔위스키까지 한병 해치웠다. 피곤한 몸에다 한잔 걸쳤으니 몸과 마음도 풀어지고… 오늘밤 롯지를 뒤흔드는 코고는 소리에 옆방의 누군가는 잠을 설치며 밤새도록 투덜대겠지…

 

제7일차 트레킹

Dovan(2,420m)- Sinuwa(2,250)-Chomrong(2,050m).

 

매일 아침 보조 가이드 ‘쑨남’이 가져오는 뜨거운 모닝티 는 ‘찌야’라고 한다. 산에서는 신선한 우유가 귀해 분유와 홍차를 끓여 설탕을 넣어주지만 도시의 식당에선 우유와 고급차를 사용하기도 한다. 어디서든 이 맛에 한번 빠지면 네팔에 머무는 동안 계속 마시게 된다.

필자도 산행 도중 들르는 롯지마다 ‘찌야’ 한잔씩 꼭 마시곤 했다. 그러나 이번엔 ‘찌야’보다 맥주를 더 마신것도같다. 아닌가…. 술꾼들과 같이 산행을 해서 그런가?

피로가 쌓여 몸은 무겁지만 마음은 상쾌하다. 언제나 하산길은 여유가 있어 좋다. 오르막과 내리막길을 반복하다 시누와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산허리를 돌아 내려가니 계곡 지류옆 농가에서 마당 가득히 곡주의 재료인 ‘고또’(기장 혹은 조)를 말리고 있다. ‘이 집 정도면 괜찮은 락씨가 있겠지?’ 순간 머리 속이 바삐 돌아간다.

 

가이드 ‘람바부’를 시켜 알아 보라고 하니 아니나 다를까.

1리터 정도되는 물병에 ‘락씨 ’를 사오는데 맛이 일품이다. 롯지에서 파 는 ‘ 락씨 ’ 는 가끔 물을 타서 조금 싱거운데 민가에서 직접 파는 건 정말 좋다. 맛 보느라고 한두잔 마신 술로 ‘촘롱’으로 올라가는 돌계단길이 가뿐하다.

산행에서 만나는 돌 계단길은 정말 짜증 난다. 특히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때 힘든 이유는 일정한 보폭에 실리는 체중이 무릎관절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가파른 오르막 돌계단을 중간쯤 오르다가 산후배인 조명호를 만났다. 우리보다 며칠 늦게 ‘고라빠니 ’로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었던터라 신행중 만날줄 알았지만 6년전 카투만두에서 헤어진후 히말라야 산기슭에서의 해후는 또 다른 감동이다. 조명호와 선배가 함께 부부동 반 산행을 하는것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예전에 함께 산에 오르던 아내가 떠오른다. 지금은 다리가 불편해 잘걷지 못하지만 한때는 설악산 정도는 가볍게 오르며 ‘자누산악회’ 여자대장으로 잘 나갔었는데…

 

조명호가 반가워 하며 서울서 공수해 온 소주병을 꺼내고 우리는 호주산 육포를 꺼내 히말라야 산길에서 즉석 파티가 시작됐다. 조명호는 현재 설악산자락의 주전골 근처 진동리에서  팬션사업을 하고 있다니 우리가 제일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진 후배다. 우연한 만남이라 헤어지는게 섭섭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서로 갈길을 간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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