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apurna Base Camp

"환상 속에서 나를 찾았을 때 가슴 떨리는 경험을 한다" [1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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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용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99회 작성일 22-06-06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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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도 내리막도 끝이 없는 우리들의 삶… 산이 주는 교훈

 

제7일차 트래킹  

 

우리는 천천히 한시간 정도 더 을라 촘롱의 전망좋은 롯지에 짐을 푼다. 오늘 저녁에는 그동안 수고해준 가이드와 포터까지 일행 모두 토종 닭을 잡아 회식하려고 미리 ‘꾸말’에게 지시해 놓았다. ‘꾸말’의 요리솜씨는 역시 우리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백숙과 도리탕으로 나온 요리는 우리 입맛에 딱 맞고 여기 토종닭은 육질도 쫀쫀해 일품이다.

 

맛에는 일가견이 있는 최유준이 호주에 돌아와서도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 한번 가고 싶다고 할 정도다. 우리의 찬란한 식탁을 보고 옆 테이블의 남미에서 온 트래커 들도 롯지 식당에 닭을 주문했지만  식당 주인이 ‘저 사람들은 전속 요리사가 직접 요리해준다’고 하니까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부러운 눈으로 쳐다 본다.

이래서 우리는 이번 산행을 ‘황제 트래킹’이라고 불렀다. 트래킹을 떠나기 전에 산친구 정계조씨가 박동희 부부 에게 촘롱에 가면 밤하늘의 별을 꼭 보라고 했다고 한다. 과연 적당히 오른 취기 속에 나와 본 밤하늘에는 오늘따라 유난히 밝게 빛나는 별들이 하늘 가득히 쏟아질 것만 같다. 소원을 빌 틈도 없이 유성 하나가 떨어진다. 히말라야는 지친 영혼이 쉬어가는곳,저 별빛속에 모든걸 던저버리고 싶다.

 

제8일차 트래킹 

Chomrong(2,050m)- New Bridge(1,340m) 〜 Syauli Bajar(1,220m)

 

나는 일출을 보기위해 일찍 일어났다. 내가 묵는방도 삼면이 큰 유리창으로 180도 전망이 끝내주지만 오리털 파커를 입고 밖으로 나와 기다린다. 차가운 공기가 폐속 깊숙히 들어오며 몸과 마음이 맑아진다. 아직은 태양이 저 산너머 에서 나타나질 않는 시간… 나는 서둘러 일행들을 깨우기 시작한다.

촘롱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이번 트래킹에서 놓치면 후회하는 포인트다. 그러나 누구나 다 볼수 있는건 아니다. 일기가 따라 주어야만이,아니 ‘히말라야신(神 )이 선택한 사람만에게 산이 주는 선물을 받는다.

드디어 왼쪽으로 보이는 안나푸르나 남봉의 정상으로부터 붉은 햇살이 물들기 시작 한다. 능선을 따라 히운출리로 다시 마차푸차레로 서서히 붉게 번져가는 히말라야의  장엄함에 우리모두 탄성이 터진다.

우리는 히말라야의 환상에 젖어 이곳에 찾아든다. 그러나 환상 속에서 다시 잃어버린 나를 찾았을 때 가슴 떨리는 경험을 하곤 한다. 그래서 또 다시 돌아오곤 하지만 언젠가는 마침표를 찍는 날이 있겠지…

 

‘쑨남’이 모닝티를 가져다 준다. 따뜻한 이 차도 내일이면 끝이겠지. 산은 오르면 꼭 내려가야하는 법. 우리의 삶도 오르막도 내리막도 끝을 알수 없다. 말없는 산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출발한다. 올라올 때와 마찬가지로 내려꽂히듯 가파른 이 길을 언제 올라왔나 싶을 정도로 힘든 돌계단 길이다. 숙박했던 지누단다에서 한가로이 찌야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다시 돌계단길을 내려간다.

우리의 하산길은 언제나 보조 가이드인 ‘쑨남’이 동행을 한다. 이십대 초반인 그는 항상 MP3를 귀에 꽂고 전통음악을 흥얼거린다. 듣기 좋은 소리도 한두번이지 하루종일 단순한 리듬의 흥얼거리는 소리를 듣는다는건 조금 피곤 한 일이다. 그래도 참고 내려 오는데 최유준이 한마디 하니까 간격을 두고 떨어져 내려 온다.

자고로 네팔 민족은 가무를 즐겨 하기 때문에 축제나 잔치 뿐만이 아니라 하루의 힘든일이 끝난 후에 몰려앉아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종종 보곤 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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