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관광산업으로 조용한 산골마을도 공해에 찌들겠지 ..." [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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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용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40회 작성일 22-06-06 00:54본문
모디콜라강 옆으로 난 길에서 만난 마을에서 '고향의 시골’을 느끼다
제 8일차 트래킹 (계속)
Chomrong (2,050m) 〜 New Bridge (1,340m) 〜 SyaIiBajar(1,220m)
(지난 호에 이어서) 촘롱을 떠난지 2시간15분 만에 도착한 뉴브릿지에서 올라 갈때와 같이 중식을 하기 위해 쉬기로 했다.
여기서부터는 올라온 길과 달리 모디콜라강을 건너지 않고 강옆으로 내려가는 길로 농가를 지나 밭두렁 논두렁을 따라 한가한 시골 풍경을 만끽하며 걷는다. 농가 앞마당에는 닭과 오리떼들이 모이를 주워먹고 마루에는 삶에 지친 등굽 은 할아버지가 열심히 새끼를 꼬면서 지나가는 우리를 무심히 쳐다본다.
코를 찔찔 흘리며 천진난만 하게 뛰노는 어린아이들과 하루 해가 길게 늘어지는 논밭에는 부녀자들의 손놀림이 부지런하다.
우리가 잊고 지내던 고향의 시골 생활상이 그대로 느껴지는 한가로운 풍경이다. 간혹 철모르는 아이들이 우리에게 손을 내밀고…
애써 외면하며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나에게 슬그머니 짜증이 난다. 충치에 무방비 상태인 산골 의 아이들에게 사탕이나 단것 을 주면 안되고 돈도 되도록이면 주지 않는다. 제일 좋은 건 볼펜을 주는 건데 이번에는 깜빡 실수를 저질렀다. 하여간 준비를 잘 한다고 해도 떠나오면 꼭 한두가지를 빼놓고 오곤 한다. 메모를 해도 그러니… 미국에 사는 후배 말대로 치매가 온건가?
내려 올수록 넓어지는 길은 중간중간에 공사만 한다면 차가 다녀도 될만하다. 가까운 시일에 관광산업이란 이름 아래 이 조용한 산골마을도 공해로 찌들어 가겠지…
우리는 지칠대로 지친 다리 를 이끌고 한없이 이어지는 평 탄한 길을 터벅터벅 걸어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마지막 숙박지인 ‘사울바자르’에 도착했 다.
내일은 두시간 정도 걸으면 이번 트래킹 일정이 모두 끝나기 때문에 오늘밤은 모두 다같이 파티를 하기로 했다. 가이드와 포터들에게도 닭을 넉넉히 잡고 특별히 네팔 위스키중 제일좋은 ‘로얄스탁’으로 마셔도 좋다고 허락하니 전부 좋아한다.
식사를 대충 끝내고 홀 안의 식탁을 옆으로 밀어 중앙에 공간을 만들어 놓으니 네팔의 전통음악이 흘러나온다. 처음에는 포터들이 흥겹게 나와 춤을 추는데 단연 ‘쑨남’이 돋보인다. 역시 끼가 많은 청년이다. 춤을 어찌나 잘추던지 팔을 들어올리는 춤사위가 예사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조용한 동네에 음악소리가 울리자 동네사람들과 트래커들도 구경오고 식당에 같이 있던 폴란드 청년 두명은 아예 춤판 에 끼여든다. 나중에는 주인집 아주머니와 아저씨도 나와 춤을 추는데 한쪽에서 구경만 하던 주인집 딸이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나오자 환호성이 일며 춤판은 무르익는다.
역시 젊은 처자가 껴야 흥이 돋는가 보다. 혹시 이곳을 오르내리던 많은 현지인들이 마음 속에 두고 있는 건 아닌지? 곱상하게 생긴 폼이 인기를 끌고도 남겠다…
식을 줄 모른는 열기는 밤 늦게까지 계속되고 그렇게 히말라야 의 마지막 밤이 아쉬움 속에 흘러간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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