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새롭고 설레이는 산행..., 그 길에서 자유와 살아있음을 느낀다" [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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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용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22회 작성일 22-06-05 23:04본문
강가푸르나 히말줄리 마차푸차레… 만년설의 준봉들이 파노라마로 펄쳐져
우리는 ‘카레’에서 인원을 보충해 가이드 1명,보조가이 드 1명,요리사 1명,키친보이 (주방보조) 2명,포터 6명 등 모두 16명으로 팀을 구성했다. 짐 분배가 끝난 후 각자 간식 과 물통,쟈켓 등을 넣은 소형 배낭과 스틱 한쌍을 휴대하고 본격적인 트래킹을 시작했다. 항상 보조가이드가 선두에 서고 가이드는 맨 후미를 지킨다. 요리사와 포터들은 다음 도착할 장소에 미리 가서 숙식준비를 한다 모든게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영리한 가이드 람바부와 우직한 요리사 꾸말이 있고 그 뒤에 말없는 이석우 후배의 눈이 있었기에 즐겁고 멋진 트래킹이 될 수 있 었다.
‘카레’ 를 출발해 몸도 풀기 전에 가파른 언덕길이 계속된다. 지도를 보니 한참은 올라야 할것 같은게 아무래도 첫날부터 고생 좀 해야 할 것 같다. 한시간 정도 걸었을까 아무도 없는 산길에 두 노인이 스레이 트판 위에 막 잡은 소 한마리 를 부위별로 쌓아놓고 팔고 있다. 간이 푸줏간이라고 해야 할까?
네팔시장에서도 냉장이나 냉동시설 없이 고기 덩어리를 공중에 매달아 놓고 파는걸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장도 아닌 산길에서 지나 다니는 주변 마을 사람들에게 팔려고 하는 것 같은데 저 많은걸 오늘 다 팔수나 있을려는지 ... 눈동자의 초점 도 잃은 채 표정없이 우리들을쳐다보는 노인의 얼굴을 보니 한숨이 나온다.
‘카레 ’를 출발해 힘겹게 오르막길을 2시간쯤 오르자 시야가 트이면서 환상적인 히말라야의 연봉들이 우리를 맞는다. 이 곳 정식 지명은 ‘Thula Kharka’이나 ‘오스트랄리아 캠프’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호주의 유명한 트래킹회사가 개발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람바부의 설명이 안나푸르나 트래킹 코스 중 전망이 가장 좋은 곳은 ‘푼힐 ’이지만 이 곳도 못지 않았다고 한다. 그 넓은 히말라야에서 전망 좋은 곳 이 어디 한 두곳이랴. 또 자연 경관이란 게 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다르니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 일듯 싶다. 아무튼 전망이 비숫하다면,당초 계획했던 ‘푼힐’보다 하루 반나절 정도 단축되는 이 곳을 택한 것이 잘했다 싶다.
오스트랄리아 캠프에서 바라 보는 만년설의 준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 트래킹 첫날부터 일행들에게 히말라야 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왼쪽부터 안나푸르나 사우스,강가푸르나,히말출리가 이어지고 맨 오른쪽에 우뚝 서있는 마차푸차레의 위 용에 일행 모두 넋 을 잃는다.
마침 이 곳에서 집을 짓고 살고 있다는 한국 스님을 만났다. 날 씨 좋으면 다울라기리까지 보인다면서 설명 을 해주는데 은근히 샘이
난다. 스님은 깊은산속도 아니고 경 치 좋은 이곳에서 수양을 하신다니.. 나도 다 정리하고 들어올까?’ 하고 생각하다가 정신이 들었다. 언감생심 산행을 떠날 때마 다 집사람의 윤허(?)를 받기도 어려운데 그딴 소리 했다간 아예 돌아올 수 없는 보따리나 챙겨주겠지….
당초 계획은 이 곳에서 하룻 밤을 자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런데 점심식사가 끝난 시간이 1시반밖에 되지 않아 오후 시간이 많이 남았다. 4시간 정도 더 가면 ‘톨카(Tdka)’까지 갈 수 있다고 하니 계속 올라 가기로 했다. 내심 경치좋은 이 곳에서 머물고 싶지만 첫날 조금이라도 더 올라가는게 나을 수도 있으니까… 일행들의 결정에 따르기로 한다.
점심식사 후 계속되는 오르막길은 아직 해발 2000m에 못 미쳐 울창한 나무숲이 이어진다. 항상 첫날 산행이 시작되면 마음이 설렌다 생각해보면 이 산이나 저 산이나 이름만 다를 뿐 모두 히말라야가 아닌가… 그렇지만 매번 다른 코스로 오르고 싶은 것은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과 동시에 무언가 채울 것을 찾기 위해 헤매는건 아닌지….
필자는 지금도 불루마운틴의 똑같은 코스를 들어가도 항상 마음이 설렌다. 그래서 등산은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종합수련장인가 보다. 산행은 출발해서 목적지에 도착하면 끝나는 게 아니다. 다시 묵은 먼지를 털어내며 배낭을 꾸려 떠나는 산길에서 비로소 자유와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이 길은 가도가도 끝이 없는 길인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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