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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탈의 계단식 밭을 보며 끈길진 삷의 개척에 경의를 표시 [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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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용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29회 작성일 22-06-05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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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사는 절친한 후배가 시드니의 우리집에 전화를 했다가 ‘히말라야로 산행을 갔다’는 집사람 말에 “용학이 형님은 아무래도 치매에 걸린것 같다”고 했단다. 한번 다녀온 히말라야를 계속 가는 것을 보면, 아마 갔었다는 사실을 기억 못하는것 아니냐고… 그리고 증세가 점점 심해진다는 말도 덧붙였다는 것이다. 심각한 증세는 맞지만 치매가 아니라 중독이다. 이는 히말라야를 다녀온 사람만이 알 수 있다.

 

힘겨운 오르막길이 계속되자 최유준(필자의 시드니 친구)이 힘들어 한다. 첫날부터 너무 무리하는건 아닌지 걱정이다. ‘Potana’를 거쳐 ‘Bhichok Deurali’(2080m)에 도착하니 오후 4시30분이다. 가파른 낭 떠러지 위에 롯지가 하나 있어 힘도 들고 지쳐 하루를 묵고 싶었지만 포터와 요리사들이 한시간을 더가야하는 ‘Tolka’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

네팔차 ‘찌야’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길을 나서는데 다행히 여기서부터는 내리막길이다. 벌써 숲속은 해가 지기 시작한다. 내일부터는 일정을 우리 일행에 맞게 다시 조정해야 겠다. 첫날이라 일행들이 몸도 안풀려 예정보다 한 시간이 더 걸려 첫날 숙박을 할 ‘Tolka’ 에 도착했다.

 

큰 롯지가 두개 있으나 웬만한 롯지에 다 있는 전기불이 없어 불편하다. 요리사 꾸말이 차려준 저녁식사에 반주를 곁들여 밤늦게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려고 보니 룸메이트인 최유준이 안보인다. 필자의 코고는 소리에 긴급 대피했다고 하니 미안 하지만 아무래도 이 친구는 앞으로 험난한 트래킹의 밤이 지속될 것같다. 

 

트래킹 2일차 Tolka(1700m》- Chinudanda(1780m).

 

깊은 산속에서 맞는 아침은 항상 상쾌하다. 6시만 되면 키친 보이가 모닝티를 가지고 와서 우리를 깨운다. 우리의 하루 시간표는 6시에 기상해서 7 시에 아침을 먹고 8시에 출발해 점심을 12시쯤 먹고 늦어도 4시까지 트래킹을 완료하는것 이다. 하루 워킹시간이 7~8 시간 정도 되지만 상황에 맞게 운영하려 한다.

 

어제 첫날 고생을 하면서 몸이 풀렸는지 모두가 활기차다. 이곳부터 모디콜라강까지 내리막길로 돌계단이다. 왼쪽으로 마주보이는 거대한 산사태의 흔적과 산비탈 위에 개간한 계단식밭을 보면 척박한 환경 속 에서 살아가는 끈질긴 삶의 개척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 끝 없이 내려가는 돌계단 길은 모디콜라강가에서 흔들거리는 철제다리로 이어지며 다리를 건너 뉴브릿지 롯지에 도착한다. 미리 와있던 꾸말이 점심 준비가 한창이다. 11월이라 해도  고도가 낮아 햇살이 따갑다. 쉬고 있는 탁자 위로 잠자리 한마리가 날아와 앉는다. 오랫 만에 느끼는 늦가을의 정취로 잠시나마 이곳이 히말라야라는 걸 잊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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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브릿지에서 중식을 끝내고 다시 길을 나선다. 한시간쯤 산허리를 돌아 내려가니 계곡이 나온다. 조그마한 나무다리를 건너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급할것도 없고 마음 맞는 산우들과 노닥거리니 일어날 생각들을 안한다. 여기서부터는 안나푸르나 남봉과 마차푸차레의 서쪽 사이를 흐르는 모디콜라강을 따라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가야 한다. 저멀리 앞에 산사면 위로 올라가는 사람들 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저길 언제 올라가나 싶지만 한발 두발 걷을 때마다 뒤로 내려다 보이는 경치에 힘든 걸 잊는다. 

 

고산등반에서는 걷는 속도를 천천히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똑같이 유지하고 물을 많이 마셔야 고산병을 예방할 수 있다. 이날의 목적지인 ‘지누단 다(1789m)’에 도착해 바라보는 전망은 일품이다. 우선 짐을 풀어놓고 세면을 한다. 아직은 찬물로 하지만 하루 이틀 뒤부터는 감기 예방차원에서 돈을 주더라도 따뜻한 물을 사용해야만 한다.

 

이곳은 온천으로도 유명한데 롯지에서 계곡바닥까지 30분 을 내려가야 된다. ‘앓느니 죽지…’ 올라 오느라 진이 다 빠진 우리 일행은 꿈쩍도 안한다. 저녁을 먹고 일찍 침낭 속으로 들어갔으나 조용한 정막 속에 요란스러운 계곡물 소리 에 쉽게 잠이 오질 않는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몸을 뒤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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