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아직도 설산을 보면 가슴 뛰는게 네팔에 처음 왔을 때와 다르지 않다” [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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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용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043회 작성일 22-06-12 17:24본문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 그 외로운 봉우리와 하늘로 가야겠다.
묵직한 등산화 한 결레와 피켈과 바람의 노래와 흔들리는 질긴 쟈일만 있으면 그만이다.
산허리에 깔리는 장밋빛 노을. 또는 동트는 잿빛 아침만 있으 면 된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
혹욘 거칠게, 혹은 맑게, 내가 싫다고는 말 못할 그런 목소리 로
저 바람 소리가 나를 부른다. 흰구름 떠도는 바람부는 날이면 된다.
그리고 눈보라 속에 오히려 따스한 천막 한동과 발에 맞는 아 이젠.
담배 한가치만있으면 그만이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 떠돌이의 신세로.칼날 같은 바람이 부는곳.
들새가 가는길,표범이 가는길을 나도 가야겠다.
낄낄대는 산사나이들의 신나는 이야기와 그리고 기나긴 눈벼 랑길이 다 하고 난 뒤의
깊은 잠과 달콤한 꿈만 내게 있으면 그만이다.
-김장호님의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중에서
지금의 내 심정이 어찌 이리도 이 시와 똑같단 말인가. 하긴 히말라야로 떠날 때마다 같은 심정이었으면서도 잊어 버린 척 하면서 설산으로 달려가곤 했다.
아침 일찍 인천공항을 출발한 카투만두행 비행기는 거의 만석이었다. 3년만에 다시 떠나는,아니 돌아가는 히말라야의 여정은 비행기 안에서부터 설레임이 시작된다.
이번 트레킹의 목적지는 랑탕히말라야(4773m)와 고사인쿤드(4308m)다. 지난번 안나푸르나 트레킹만 해도 일행이 세 명이 있었으나 오늘은 혼자다.
여럿이 함께하는 산행도 즐겁지만 혼자하는 산행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일정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스러움과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많다는 게 장점이다. 상념에 젖은채 비행기 앞좌석에 앉아 있는데 익숙한 뒷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산악후배이며 우리나라 산악계의 대장 엄홍길씨다.
5년전 티벳을 횡단하며 에베레스트 베이스 켐프에 올랐을때 엄홍길 대장은 따뜻하게 환영해 주었고 몇년 전에 는 서울에서 오랫만에 만나 회포도 풀었던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엄 대장은 히말라야에 학교를 세우는일로 네팔로 향한다고 했다. 이미 히말라야의 여러곳에 학교를 운영하고 있지만 계속 늘려 나갈 것 이라고 한다.
엄 대장은 히말라야의 등반 도중 수많은 사투 끝에 살아 돌아올 때마다 히말라야의 신 들에게 감사하며 히말라야를 위해 뭔가 하겠다고 다짐했단다. 그 감사와 다짐으로, 먼저 셀파들을 위해 히말라야 오지에 학교를 세우고 있다. 엄홍길 휴먼재단까지 설립해 광범위하게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니 정말 자랑스러운 후배다.
7시간만에 카투만두에 도착하니 공항의 옹색함은 십년동안 조금도 변한게 없다. 이렇게 변하지 않는곳도 별로 없을것같다. 그러나 단 하나 변한건 물가다. 올라도 너무 오른 것이 공항 입국에서부터 살 떨리게 만든다. 분명 출발 전에 인터넷으로 네팔 관광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Visa Fee가 미화 25불이었는데,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40불이란다. 올랐다고 하니,할말없이 지불할수밖에…
엄 대장과 마중 나온 이석우 부인 윤기자씨가 기다리고 있다. 반가운 마음으로 담소하며 바라본 뿌연 하늘 아래 설산이 보인다. 공항에서 설산 보기가 쉽지 않은데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이 나이에 설렌다는게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인가… 그 만큼 나이가 들면 매사에 무뎌지는건지 메마른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도 설산을 보면 가슴이 뛰는게 십여년 전 네팔에 처음 왔을때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살면서 그립고 보고싶고 품에 안기고 싶은 대상이 다가 왔을때 가슴 떨리는 경험을 한다. 그것이 이성이든 사물이든… 히말라야의 설산은 분명 내게는 영원한 그리움이다.
공항에서 엄 대장과 헤어진후 숙소인 이석우 후배집으로 향한다. 그는 얼마 전까지 카투만두에서 가장 크게 한국식당을 운영했으나 집주인의 횡포로 결국 문을 닫고 지금은 사업구상 중이라고 했다. 네팔에는 영주권 개념이 없어 외국인이 사업하기가 열악한데, 그동안 십오년을 해왔으니 후배지만 대단한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더욱더 잘되길 빌어 본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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