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gtang Himal

아름다운 랑탕 계곡을 뒤로 하고 [1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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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용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10회 작성일 22-06-12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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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밭은 네팔에선 흔한 광경이지만 큰 산들을 완전히 계단식으로 경작한 인간의 생존본능이 경이롭다. 한가로운 오후 햇살속에 아이들이 뛰놀고 앞마당의 닭들이 평화로운 농촌풍경임을 보여준다.

 

밭 사이를 올라가니 툴로샤브르 마을 초입이다, 그러나 숙소가 있는 마올위까지 가려면 한참을 더 을라가야만 한다. 이곳은 랑탕지역에서 가장 인상적이며 오랜 전통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학교와 군부대도 주둔하고있는 제법 큰 마을이면서 롯지의 시설도 어느 곳보다 좋은 편이다, 

우리는 미리 람바부가 정해놓은 숙소에 짐을 풀었다. 롯지의 창문으로 보이는 가네쉬 히말은 한편의 살아있는 그림이다,오랜만에 사워를 하고 홀로 내려오니 프랑스 젊은이 한 쌍이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다. 아마 부 엌일을 거들어주고 숙박비롤 면제받는것 같다.

 

나는 어제 림체에서 피자를 너무 맛있게 먹었던 기억도 있고,또 이들을 믿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피자를 주문했지만 한참 시간이 걸려 나온 이 맛은 별로였다. 람바부에게 김치찌게나 끓이라고 할걸...

랑탕에서 코사인쿤드로 넘어가는 트레커는 그리 많지 않다. 홀에도 말레이지아에서 왔다는 3명의 팀밖에 없어 넓은 롯지가 텅 비어 있다. 이 팀과는 어제 림체에서도 같은 숙소에 있었는데 오늘 다시 만나니 반가운 마음에 많은 대화를 했다. 그 중 여성 한명이 고산증세로 힘들어 하고 있어 괜찮아 질거라고 위로의 말을 보낸다. 오늘은 편안하고 느긋한 하루였다. 그러나 고요한 찻잔 속의 태풍이랄까 내일의 엄청난 고생을 어렴풋이 느끼 며 은근히 율라오는 락씨의 취기 속에 침낭 속으로 들어간다. 

 

트레킹 8일차

따스한 온기가 남아 있는 침낭 속에서 찌야 한잔으로 맞이하는 아침이 너무 좋다. 오늘도  딸기잼을 바른 짜파티 한 조각으로 아침을 때우고 출발이다. 며칠 전부터 람바부와 의논해 결정 한 코스가 를로샤브르(2,250m)에서 바로 출랑파티(3,454m)로 치고 올라간다는 것이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하루에 고도 1.200m를 오른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직선코스라 시간상으로 가능하다면 그만큼 오르막길이 가파르다는 것일 테고,내 나이가 몇인데 객기 부리는건 아닌지… 그러나 심사숙고 끝에 결정했다,

다행이 고소적응은 몇일전에 4.700m를 다녀 왔기 때문에 걱정은 없다.

 

이 코스는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고 아는 사람만 다니며 하산 코스로는 이용해도 우리처럼 이 길을 올라가는 사람은 별로 없다.

먼저 랑탕히말 트레킹에서 4,000m 이상 고도를 경험한후 고산증세에 순응한 사람만이 하루에 1.200m를 올라도 고소병에서 비교적 안전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위험천만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트레커들은우회하여 신굼바 (3.340m)에서 하루를 묵은 다음 코사인쿤드로 간다. 

 

어찌됐든 짧은 코스를 이용하면 하루를 벌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독특하게 능선 위에 세워진 마올속에 오래된 가옥들 사이로 난 길을 걸어 마을을 벗어나 룽다가 펄럭이는 안부에 도착하니 바로 앞에 히말라야의 산군들인 가네쉬 히말올 비롯해 나야캉, 랑탕리릉이 하얗게 빛나고 있다. 저 멀리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랑탕계곡은 지난 며칠 동안 나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던 곳이다.

이제부터 등산로를 벗어나 원쪽 샛 길로 접어들어 가파른 언덕길을 한참 동안 올라간다. 숲에서 능선 위로 빠져나오자 터가 넓은 곳에 쵸르텐과 상석같은 바위가 있어 그 위에 앉으려는데 람바부가 마을 사람들의 화장터라고 한다,불교도,힌두교 모두 이곳에 장작을 쌓고 화장을 하는 곳이다. 나는 아직도 십년전 티베트 여행 에서 본 조장의 경험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토막낸 시신을 먹기 위해 몰려든 엄청난 크기의 독수리 떼의 광기 어린 눈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또한 힌두교의 성지 파슈파티나의 화장터도 마찬가지다. 사원입구에서부터 시신을 화장하는 연기가 자욱해 발 걸음이 떨어지지 않던 일,종교와 민족에 따라 산자와 죽은 자의 이별식은 다르지만 슬품의 고통은 남은자의 몫이다.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스쳐지나간다. 이곳에서 떠난 영혼들에게 명복을 빌며 '오마니 밧메홈'  툴로사브르를 떠난지 세 시간쯤 지나자 전망 좋은 곳에 새로 생긴 롯지(2,700m) 두 곳이 있다. 이 쪽 코스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이제 서야 생긴 곳이다.

 

여기서 출랑파티까지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이른 시간이지만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볶음밥을 주문하니 이제서야 쌀을 씻고 밥을 안친다 오가는 손님이 없어 미리 준비하기가 어려운지 대부분의 롯지가 마찬가지다,

그래서 점심 때는 빨리 나올수 있는 식사틀 시켜야지 그렇지 않으면 속이 터져 못 기다린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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