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gtang Himal

숙소도 없는 '라마호텔’ 에서의 새우잠 [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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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용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46회 작성일 22-06-1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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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2시간쯤 지나 폭포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는 Domen의 롯지에 도착해 여유롭게 레몬티로 갈증을 푼다. 산 사태로 무너진 계곡 옆길을 얼마쯤 지나자 람바부가 갑자기 길을 멈추며 계곡 건너편을 가리킨다. 거대한 석청 덩어리가 무리지어 절벽 아래 형성돼 있다. 멀리 보았을 때도 저렇게 큰데 직접 따면 얼마나 클까.

 

어느 티브이 다큐에서 히말라야 석청 채집꾼들의 생활상을 인상 깊게 본 일이 있다. 열악한 장비와 환경 속에서 목숨을 담보로 절벽에 매달려 꿀을 채취하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했었다. 뻔히 보이는 저것도 이곳이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아무도 손을 댈 수가 없다고 한다.

이곳을 지나 가파른 언덕을 넘어 전나무 숲을 지나면서 오늘의 중식지 Bamboo(l.850m)에 도착했다. 네팔에는 중복되는 지명이 많이 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에서도 ‘뱀부’라는 곳이 있는데,근처에 대나무가 많으면 ‘뱀부’다. 가장 흔한건 ‘따또빠니 ’(뜨거운 물이라는 뜻)인데 이런 지명이 많아 헷갈릴때가 많다.

트레커들로 북적거리는 이곳 롯지에서 람바부가 끌여준 라면과 김치를 맛있게 먹었다. 람바부의 솜씨가 좋은 건지 아니면 주위 환경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맛있는건 사실이니까… 우선 오늘 우리가 묵어야할 라마호텔에 포터를 미리 올려 보내 숙소를 예약하라고 람바부에게 지시했다. 시즌이라 많은 트레커들로 붐비기 때문이다.

 

달콤한 휴식도 잠시,뱀부에서부터 바로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이렇게 힘들게 오르내리길 반복하면서 중간중간 휴식을 취했는데도 라마호텔(2,380m) 에 도착했을때는 지쳐 쓰러지기 직전 이다.

하지만 문제는 힘들게 도착한 이곳의 숙소들이  단체 트레커들로 인해 방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해도 지고 있고 체력이 바닥나 뭄직일수가 없다.

 

람바부가 나의 화난 얼굴을 보더니 이리저리 알아보고는 어느 롯지 부엌 화덕 옆으로 안내하며 주인이 자는 큰 탁자 위에서 자라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우선 뜨거운물 한바가지를 얻어 손발을 대충 씻는다. 깊은 산골은 해만 지면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서 부엌이 제일 따뜻하지만 시끄럽고 복잡해 포터들이 잠자는 홀에서 같이 자기로 했다.

 

식당은 각국 트레커들이 저녁 8시까지 난로 옆에서 시간을 보낸다. 롯지에서 유일한 난방시설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다년간의 경험에 의하면 부엌의 화덕옆이 최고의 자리다. 그러나 그 자리는 외지인이 앉는걸 주인이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화덕 옆에 앉아 락시잔을 홀짝거릴 때의 그 맛이란... 하루의 피로가 사라지는 시간이다.

 

밤 8시경이면 모든 불을 끄기 때문에 트레커들은 할수없이 방으로 간다. 그러나 오늘밤은 홀에 있는 긴 의자가 나의 침대다. 차가운 슬리핑백에 있는옷 다 껴입고 들어가지만 벽 틈새로 들어오는 황소바람의 추위는 잠을 방해한다.

 

▶ 다음호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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