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 만에 해발 3,400미터 랑탕마을 도착 [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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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용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11회 작성일 22-06-12 18:59본문
울창한 나무숲을 지나 개활지로 나오니 탁 트인 시야와 완만한 등산로가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긋지긋한 급경사의 오르막길이 줄어들어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 비로소 랑탕리룽봉 (7,245m)이 오른쪽으로 얼굴을 내민다 . 하얀 설산은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몇몇 아이들이 뛰어노는 탕샵빌리지(3.240m)는 주로 야크를 방목하며 키우는 현지인 마을이다. 트레킹 코스중 어중간한 지점이라 숙소보다는 찻집으로 운영하는 집이 하나있다. 많은 트레커들이 시즌에 몰려와도 이런집은 대부분 그냥 지나치고 만다.
“나마스테” 하고 인사하는 주인 여자의 미소에 발길을 멈춘다. 우리 일행의 찌야 한잔이 큰매상은 아니겠지만 주인의 환한 웃음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참키(3,230m)를 지나며 왼쪽으론 깍아지른 듯한 바위산과 오른쪽으론 깊은 랑탕계곡 너머 크지 않은 나무들이 산을 뒤덮고 있고, 가운데는 야트막한 구릉의 거칠 것 없는 시야 속에 랑탕마을이 보인다.
그러나 빤히 보이는 거리지만 아직도 2시간 이상 더 걸어야만 도착할 수 있다니 맥이 빠진다. 따사로운 햇살에 구름 한점없는 파란 하늘이 호주의 하늘과 닮아 있다.
히말라야 트레킹은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이 날씨가 제일 좋을때다. 이때는 많은 트레커들이 몰리는 단점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몬순이 시작되기전 4-5월이 히말라야 트레킹의 최적기라고 생각한다. 초원같은 넓은 벌판을 지나 계곡위에 걸린 출렁다리를 건너 다시한번 오르막을 오르자 왼쪽의 바위산에 빙하에서 흘러내린 커다란 폭포가 보이면서 큰 마을입구에 있는마니석 (불경이 적힌 돌팁)이 나온다. 랑탕마을에 도착한 것이다. 랑탕(3,430m)이란 티베트어로 ‘소들이 배부르게 먹는곳’이라는 뜻이라고 람바부가 설명한다.
대부분의 히말라야 산골마을이 산비탈에 들어서 있는데, 이곳은 초지로 된 평원이 있어 야크를 키우기 좋은 곳이다.
예전부터 랑탕은 티베트와 네팔을 연결해주는 가까운 통로이자 활발한 교역로였다. 번창했던 이 마을과 랑탕히말 지역에는 1950년 중국의 티베트 침공으로 국경이 폐쇄되고 피난온 티베트인들이 모여 살고있다. 바로 산 하나 넘으면 그리운 고향 티벹땅이다.
람바부가 미리 올라와 잡아놓은 랑탕마을의 숙소는 ‘티베탄 롯지’라는 곳인데 방에 화장실과 사워장이 있다. 그동안 히말라야 트레킹을 몇번씩 왔어도 해발 3,000m가 넘는곳에 이렇게 시설이 잘된곳은 처음이다 . 가격차이는 많이 나지만 새로 생기는 롯지들은 이런 룸이
많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태양열을 이용해 뜨거운 물이 나오지만 해만지면 기온이 내려가 사워는 못하고 대충 씻고는 홀로 내려온다. 이미 흘에는 각국에서 온 트 레커들과 포터들이 난로가 주변에 앉아 잡담을 하거나 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또 책을읽는 사람도 있다. 아침에 눈뜨면 하루종일 하는일 이란 오직 걷는일 뿐이다. 그러다 해지면 롯지의 난로가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의 피로를 푸는 즐거운 시간이다.
오늘의 저녁메뉴는 람바부가 만들어준 김치찌개다. 거기에다 햄을 구워놓고 서울에서 가져온 밑반찬까지 내오니 반주한잔 빠질수가 있나... 해발 3,000m가 넘으면 술은 금하는게 좋지만 그게 어디 뜻대로 되질 못하니 .. 찌개맛이 정말 일품이다.
람바부의 솜씨에 그동안 지은 죄(?)를 사하여 주겠다고 하니 깔깔대고 웃는다. 그러다 난로가 있는 따뜻한 홀에서 룸으로 자러갈 때가 제일 삭막한 시간이다. 히말라야에 오면 먹고 마시고 잠자는것 어느하나 불편하지 않은것이 없다 특히 따뜻한 잠자리는 꿈도꾸지 못한다. 오직 믿는건 침낭뿐이다. 거기다 겨우 몸 하나 누일 공간에 얇은 합판으로 벽을 만들어 놓았으니 옆방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다 들리는 곳 이라 매사에 조심해야 된다. 수통에 뜨거운 물을 담아 침낭 안에 넣으면 처음에는 온기가 있어서 좋지만 새벽에는 식어버린다. 거기에다 오래된 롯지 는 칼바람이 들어와 방안의 물이 얼어 버리곤 한다 . 랑탕은 오후만 되면 강풍이 부는 곳이다. 밤새도록 불어대는 바람소리에 깊은 잠을 들수가 없다. 가볍게 두통이 온다. 벌써 고소병이 오는건 아니겠고 그 동안 과로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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