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첫날부터 혹독한 신고식 치러 [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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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용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00회 작성일 22-06-12 18:16본문
이번 트레킹에선 요리사는 없이 간단한 식사 준비는 람바부가 맡으며 주로 롯지에서 해주는 식사를 이용하기로 했다. 포터 두명은 람바부가 잘 아는 사람으로 카투만두부터 동행하기로 했다.
이렇게 팀이 결정되고 우리는 숙소 근처에 있는 네팔 관광청 산하 트레커 등록사무소로 갔다. 네팔 정부는 모든 트레커에게 의무사항으로 트레킹 출발전 사무소에 등록하고 등록증 (UMS CARD)을 항상 휴대하도록 하고있다 . 등록비는 US$20.00이고 입산허가료는 또 다시 징수한다. 예전에는 없던 제도로 이중으로 돈을 벌겠다는 꼼수가 분명하다.
그런 다음 카투만두에서 제일 큰 슈퍼마켓으로 트레킹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러 갔다. 이 상점은 카투만두에서 부자들이 드나드는 곳인지 많은 물건들이 잘 갖추어져 있다. 나는 항상 비상식링(육포, 치즈, 초코렛 등)은 호주에서 가치고 오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구입하고 있 다. 이렇게 도착해서 하나 둘 준비하는 과정도 나에게는 익숙한 또하나의 즐거움이다.
모든 여정의 즐거움은 떠나기 전에 상상하며 계획을 수립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지도를 보며 자료를 수집하면서 일정을짜다 보면 내가 벌써 히말라야의 설산 어딘가를 걷고 있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나에게도 처음엔 여정의 처음과 끝이 있는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 내게 있어 여정의 끝은 또다시 시작일 뿐이다. 그렇다. 내 인생의 여정은 생이 다 할 때 끝이 나겠지. 살아가는 삶의 여정은 끝없이 반복되니까.
트레킹 첫날
오늘 랑탕 히말로 떠나는 날이다. 지금도 이 나이가 되도록 어디든 떠나는 날이면 잠을 설친다. 나이가 들면 잠이 없는건지,아니면 미지의 여정에 가슴 설레는건지 … 둘 다 해당되겠지만,아무튼 밤새 뒤척이다 새벽에 일어나 짐을 챙겨 내려오니 벌써 이석우 부인이 먼 길 떠나는 우리를 위해 아침을 준비해 놓았다. 항상 고마운 후배다.
우리는 된장국에 밥 한술 뜨고, 람바부가 오면서 타고온 택시를 돌려 시외버스 터미널로 갔다. 아직은 동이 트기 전이라 복잡하던 시내가 조용하다. 이곳 카투만두는 날이 갈수록 살기 힘들어진다고 한다 지방에서 이주하는 주민도 늘어나 지금은 거의 포화상태라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가끔 카투만두를 찾는 나역시 확연히 느낄수있다. 낮에는 차와 사람으로 한 시간 이상 걸릴 거리를 30분도 안되어 도착한 터미널은 이미 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린다.
복잡한 현지버스를 타고 가는줄 알았더니 람바부가 우리를 4WD차량으로 안내한다. 지난번 안나푸르나 트레킹때 같이 동행해봐서 알고 있었지만 역시 이번에도 람바부의 실력이 빛을 발한다.
여기서 랑탕히말의 등산입구 인 ‘사브로베시 ’까지는 약 120km로, 현지버스는 8시간이상 걸리며 따로 차를 대절할 경우 6_7시간 정도 소요된다. 그러나 이는 도로 상태가 좋을때 의 소요시간이며,우기때 폭우로 길이 끊기면 복구할 때까지 하루고 이틀이고 마냥 기다려야 한다. 트레커들에게는 열악한 현지버스의 불편함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다. 모든 짐은 지붕 위에 실었다. 7 인승의 앞좌석에는 네팔인 부부 와 기사,중간에 나와 이석우씨, 그리고 뚱뚱한 네팔인,맨뒤의 좁은 좌석에는 람바부와 포터 둘, 게다가 차량의 지붕에 두명 등 총11명이 탔다.
지붕 위에 있는 사람은 검문소 도착전에 내려와 뒷좌석에 있다가 검문소를 통과하면 다시 지붕 위로 올라간다. 여기 버스 는 지봉 위에 올라가면 버스요금이 싸기 때문에 대부분의 청년들은 지붕위를 애용하지만 사륜구동차는 지붕승차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3시간 반 정도 소요되는 트리술리까지는 곡선이 심한 산길이지만 대부분 포장도로여서 큰 불편없이 도칙했다. 제법 큰 타운이다.
우리 일행들은 여기서 식사를 하기위해 식당을 찾았다. 나는 치킨커리를 주문했다. 그런데 나온 음식은 조그마한 종지에 카레향이 강한 닭고기(그나마 뼈가 3분의 2를 차지하고 닭고기 살은 아주적다)가 나온다. 그래도 먹을 만한게 다행이다. 여행중 제일 힘든 게 현지식당 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일이다. 관광지가 아닌 곳은 영어도 안 통하고 메뉴도 현지언어로 써 있기에 난감하다. 이럴때는 눈치로 해결하지만 실패할 확률이 높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안내책자에는 이곳에 관광객을 위한 급류타기가 알려저 있다고 했지만 확인할수는 없었다. 트리술리를 떠난지 한 시간쯤 지나 비포장의 절벽길을돌아가는데 차가 멈춰섰다. 내려가 보니 우리 차량 앞으로 많은 차들이 서 있는데 저 멀리 차 하나 겨우 다닐 수 있는 절벽 위에 화물차 하나가 서 있었다. 고장이 나 새벽부터 길을 막고있는거였다.
그러다보니 이쪽에서 가는차 와 반대편에서 오는 차 모두 대책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디행이 우리 차가 서 있는 지점(해발 1900m)에서 바라보는 만년설의 마나슬루봉 (8162m)이 보여주는 황홀한 전경이 위안이 된다. 언제나 첫날 마주하는 히말라야는 나에게 가슴 떨리게 하는 마력이 있다.
히말라야. 자유와 영혼이 눈부시게 빛나는 곳 . 그래서 나는 늘 또다시 히말라야로 돌아오곤 한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한치 앞을 못본다고 늘 말하지만 오늘도 마찬가지다. 한 시간이 넘도록 그늘도 없는 길에서 대책 없이 기다리고 있자니 슬슬 조바심이 난다.
조바심이란 현대사회에 찌든 내 마음속에 찌꺼기가 남아있다는것. 모든것에 구애받지 않고자 들어온 이곳에서 쫓기는듯 불안한 마음은 아직도 살아온 삶의 끈을 잠시라도 놓지 못하는 것이리라.
영리한 람바부가 상황을 파악하러 현장으로 갔다 와서는 사고현장 양쪽에서 대기하고 있는 차량의 탑승객을 교환하자는 의견을 내놓는다. 아,잔머리 하나는 끝내준다.
역시 ‘람바부’ 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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